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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3월 3일 목요일, 숯불갈비 먹다 본문

일상

3월 3일 목요일, 숯불갈비 먹다

달빛사랑 2022. 3. 3. 00:02

 

 

오늘은 정치정세가 급박하게 흘러간 하루다. 절대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국민의당 안 씨가 국민의힘 윤 씨와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 세력들은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 획득을 목표로 정치를 하는 것이라서 필요와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극우 보수와 우경화된 중도 보수의 결합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이 분개하며 짜증을 내는 이유는, 불과 며칠 전에 안 씨가 한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도의를 모르는 국민의 힘 후보와는 절대 단일화하지 않을 것이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쳐놨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그것도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난 당일 밤에 단일화에 합의함으로써 자기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으니 국민이 볼 때 얼마나 황당하고 배신감을 느끼었겠는가. 아무리 정치가의 말은 개똥보다 못하다고는 하나 한국 정치를 삼류 코미디로 만들어 버린 이번 안 씨의 행보는 그의 민낯을 생생하게 드러낸 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저토록 자기의 말에 무게감이 없는 인물이 향후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민주당에서는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흠결이 많은 후보로 인해 고전하고 있었는데,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단일화라는 변수를 만났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그러니 평소에 좀 잘하지, 선거 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민생과 민심을 살피느니 어쩌니 부산을 떠니 국민이 그 진심을 믿어주겠는가. 이제 민주당이 믿을 것은 안 씨의 조변석개(朝變夕改)에 대한 국민의 역풍뿐이다. 이건 아주 가능성이 없진 않다. 일단 안의 완주를 전제로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배신감을 크게 느껴 국민의당을 이탈할 것이고, 동요하던 중도층이 구태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포기하거나 현 정권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기를 절박하게 원할 것이다. 군중은 우매하기도 하지만 사악하고 교활하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살인을 저질러도 “오죽했으면 살인했겠어. 죽일 만하니까 죽였을 거야”라고 합리화하기도 하고, 자신의 믿음이 배반당했다 싶을 때는 서슴없이 돌아서기도 한다. 안 씨의 뻘짓으로 민주당의 실정(失政)과 후안무치는 희석되고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는 비겁한 정치 행위라는 표면적 이미지만 강조됨으로써 선거판이 요동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한 번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한국 정치는 자기가 잘해서 신망을 얻는 게 아니라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에서 자양을 얻는, 그야말로 매우 후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오후에는 안 씨와 윤 씨의 단일화 선언에 열받았다며 수홍 형이 전화했다. 술은 별로 생각이 없고, 배가 몹시 고프던 터라서 고기를 먹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아, 그럼 함께 갈 곳이 있어. 내가 정말 맛있는 고깃집을 찾았지.” 하며 통화를 마치자마자 그곳의 지도와 연락처를 문자로 보내왔다. ‘삼다숯불돼지갈비’, 구월동 밴댕이 골목 중간 부분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정말 말처럼 부드럽고 맛있었다. 고기도 국산만 쓰고 깔리는 반찬들도 정갈했다. 무엇보다 우거지 선지해장국을 기본으로 제공했는데, 이게 또 예사롭지 않은 맛이었다. 앞으로 단골이 될 것 같다. 소주 두 병에 맥주 두 병, 숯불갈비 3인분을 둘이서 먹으니 배가 불렀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3인분을 먹었는데, 확실히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6시 반쯤 식당을 나왔을 때, 수홍 형은 2차를 가고싶어 했지만, 내가 그냥 집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형도 “그래? 그럼 나도 일찍 들어갈래.” 하며 버스를 타러 건설회관 쪽으로 올라갔고 나는 전철역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예술회관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후배 S와 인천대 H 교수를 만났다. 막 수홍 형과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자, S는 “도대체 몇 시에 만나셨는데 이 시간에 헤어지셨어요?” 하고 웃으며 묻기에 “응, 저녁 먹고 헤어진 거야”라고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S를 만날 때는 항상 H 교수를 만난다. 회의 뒤풀이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사적인 술자리에서도 여러 번 만났다. 어떤 때는 S가 H에게 연락했고, 또 어떤 때는 H 교수 쪽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반가웠으나 우연 아닌 우연이 반복되다 보니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다. 마음이 불편하다. 하필 왜 거기서 그들을 만났을까. 물론 그쪽에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겠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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