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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소소한 행복 본문

일상

소소한 행복

달빛사랑 2021. 4. 1. 00:15

 

 

벚꽃의 개화와 함께 4월이 시작되었다. 어제 교육청 광장에서 만난 수령(樹齡) 오랜 벚나무가 드디어 벚꽃을 휘황하게 달았다. 장관이었다. 개나리 진달래도 한창이고 성미 급한 목련은 이미 꽃을 떨구기 시작했다. 완연한 봄이다. 코로나와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대공원 벚꽃 보러 몇 번이나 나섰을 것이다. 몇 년 전, 대공원 벚꽃 길을 엄마와 함께 걸었던 적이 있다. 벚꽃 앞에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숨이 차서 여러 번 쉬어가긴 했지만, 엄마와 함께 걷던 벚꽃 지천인 산책길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벤치에 앉아서 들려주던 엄마의 과거 이야기도 생생하다. 상춘객들의 화사한 옷차림과 대조되는 나의 칙칙한 옷차림에 안타까운 표정을 짓던 엄마의 눈길도 생각난다. 이후 일부러 빨강 파랑 보라 등 원색의 옷들을 구매한 것은 엄마의 그 눈길 때문이었다. 사실 돈 때문이 아니라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화사한 옷들이 많지 않은 것이었지만, 엄마에게는 부러 화사한 색상의 옷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처에 꽃들이 흐드러지니 문득 꽃을 좋아하던 엄마 생각이 자꾸만 난다.

 

오전에는 우체국에 들러 동료 시인에게 내 시집을 보내주었다. 약국에 들러서는 눈약과 용각산을 샀다. 근처 미용실에 들러 이발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신포순대에 들러 순댓국 2인분을 포장해 왔다. 슈퍼에 들러 담배 5갑을 샀다. 집에 돌아오니 얼마 전에 신청한 알뜰교통카드가 도착해 있었다. 순댓국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잠깐 낮잠을 잤다. 평범한 하루였다. 지극히 평범한 오늘 같은 시간이 너무 좋다. 뉴스를 보거나 SNS를 하지 않는 이상 깨지지 않을 소소한 행복이다. 오후에는 단 한 통의 전화도 걸려오지 않았다. 그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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