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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미세먼지와 사랑과 이별과.... 본문

일상

미세먼지와 사랑과 이별과....

달빛사랑 2019. 4. 17. 20:00

먼지 상태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경보 알람이 뜬다고 해서 반드시 마스크를 쓰거나 외출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내 몸속에는 이미 미세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그 가공할 먼지 속을 담배를 피우면서 활보하기까지 한다. 이 대책 없는 무모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타박상이나 칼에 베인 상처처럼 그 즉시 통증을 수반한 구체적인 상처는 두려워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서는 방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도 그렇다. 다가오는 이별을 예상하며 꾸려가는 사랑이란 얼마나 애달픈 것인가. 사람들은 대개 어느 날의 어긋난 약속과 지키지 못한 다짐, 거리에서의 말싸움이나 음식점에서의 투덜거림 등등에 대해서는 쉽사리 사과하고 용서받고 화해할 수 있지만 웃음(연민일 수도 있고 냉소일 수도 있는) 뒤에 감춰진 이별의 조짐들은 좀처럼 인식하지 못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담백하게 거부하고 이별을 선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련을 그리움으로 착각하게 되고 켜켜이 쌓여가는 이별의 동인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기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곤 한다. 그때는 이미 늦은 거라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상대를 놓아주지 못한다. 그러다 비로소 알게 되는 상대의 마음속, 그리고 내뱉는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우스워라. 진작이라니. 그러는 당신은 왜 진작 알지 못했던 건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왜 몰랐던 건데. 소소한 다툼들을 눈물과 웃음으로 미봉하는 사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간 헤어짐의 조짐들을 왜 몰랐느냐고.

 

유쾌한 사랑을 위하여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

삶은 순전히 불꽃인지도 모르겠다

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시인이 있고

세상이 메말랐다고 하는데도

유쾌한 사랑도 의외로 많다

시는 언제나 천 도의 불에 연도된 칼이어야 할까?

사랑도 그렇게 깊은 것일까?

손톱이 빠지도록 파보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수심을 보지 못했다

시 속에는 꽝꽝한 상처뿐이었고

사랑에도 독이 있어

한철 후면 어김없이

까맣게 시든 꽃만 거기 있었다

나도 이제 농담처럼

가볍게 사랑을 보내고 싶다

대장간에서 만드는 것은

칼이 아니라 불꽃이다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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