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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묵념 4분 16초 본문

일상

묵념 4분 16초

달빛사랑 2019. 4. 16. 23:30


416일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인권센터에서 진행된 민주화운동 표석 설치 회의에 참석하고 잠깐 갈매기에 들러 선후배들과 술을 마셨을 뿐이다. 오전에 부평 가족공원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혹시 알고 있었다면 참석했을까. 그것도 자신이 없다. 몇 년 전 조문을 위해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들렀을 때 벽면을 가득 메운 아이들 영정 사진을 본 후 가슴이 너무 메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져 숨쉬기가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로 분향소나 추모 행사에 가기가 두려워졌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인천지역 민족민주노동열사들의 추모 행사에는 꼬박꼬박 참석하고 추모시를 써주기도 한 것과 비교하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심정에 감정이 이입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오늘 고작 SNS에 추모글과 사진 한 장 올리는 것으로 애달픈 마음을 대신했다. 죽음이야 인간의 삶에 있어서 상사(常事)일뿐이고 피할 수 없는 운명이겠지만 앞으로 이런 종류의 죽음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어머니를 위해서 요양보호사가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오전의 일정이 자주 헝클어지곤 한다. 선의로 방문하는 것이지만 낯선 사람이 세 시간 동안 집에 머물면서 나와 비슷한 동선으로 움직인다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오랜만에 단골주점에 들렀더니 모두들 무슨 일 있었냐며 걱정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해왔다.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컨디션(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일단 술에 얽매여 사는 게 싫기도 하고 술로 인해 생활이 대책 없이 느슨해지는 것도 싫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이런 결심이 얼마나 갈지 나 스스로도 타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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