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술집 화장실에 대한 추억, 그리고.... 본문
옛날 술집에서는 왜 그렇게 화장실 가는 길이 정겨웠는지. 적당한 어둠, 비밀조직의 아지트 같은 복잡스러움, 간혹 스치는 사람들의 풀어진 듯 긴장한 표정, 떨어진 담배꽁초들. 사실 화장실은 하나 같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대는 대개들 그랬기 때문에 별로 불쾌한 기분을 느끼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오늘 단골술집 갈매기의 화장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문득 그 옛날 문청시절 취한 몸으로 비틀거리며 찾아가던 화장실이 생각나더군요. 모든 술집의 화장실은 다양한 역사가 일어나던 희한한 공간이었습니다.
사람을 기다립니다. 약속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도 서러울 것은 없습니다. 와야 할 사람이라면 기다리지 않아도 오겠지요. 오지 못할 사람이라면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 자체를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의 술판에 너무 쉽게 기다리는 사람이 찾아온다면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외로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술판의 시간은 늘 역설입니다. ‘빨리 좀 얼굴을 비춰다오.’ 하는 마음 한 편에 ‘오지마라, 좀 더 나를 외로움의 한복판에 있게 해달라.’라는 마음이 교차하는 역설의 시간이라는 말이지요.
사실 기다리는 사람은 내가 아는 누군가의 생일파티를 준비해주느라 오지 못할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나는 오십대, 갈등하지 않으면서 갈등하는 오십대,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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