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페르난두 페소아를 만나다 본문
어찌 이리도 도저한 관조적 자유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번역가의 말대로 세상은 페소아의 글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지도 모른다. 허무한 듯하지만
허무주의를 넘어서고, 종교적인 듯하지만 종교에 얽매이지 않은
그야말로 사유 속에서 자유로운, 심지어 그 자유로움조차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자유로운 사람, 위대한 시인.
밤이 올 때까지 이 거리를 걷고 있자니
내 인생이 이 거리의 삶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낮에는 아무 의미 없이 북적이고 밤에는 북적임이 철저히 부재한데,
이 또한 아무 의미 없다. 나는 낮에는 아무것도 아니고, 밤에는 나 자신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중에서
[아침]
빈소의 조문록을 들춰보는 것 같은 작금의 페북에도 연인들의 사랑과 고즈넉한 풍경과 저마다 집중하는 당당한 삶의 이력들과 애완견의 애교와 고양이들의 달관한 눈빛과 탁한 세상 위로, 위로(慰勞) 같이 내리는 눈발은 있구나. 다행이. 아직은 천연덕스러운 그것들의 안부가 문득 고맙다. 그리고.... 나는 저 눈발의 선의(善意)을 믿는다.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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