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본문
서너 개의 축제와 몇 차례의 회의와 셀 수 없는 술자리 속에서 10월을 보냈다. 10월은 무척 분주했다. 아픈 후배는 천안을 떠나 세브란스로 검사 받으러 가며 문자를 보냈지만 지난밤의 숙취로 늦게 기상한 탓에 후배의 문자를 나중에서야 봤다. 시점을 놓친 내 답신은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후배에게 전달됐다. 후배로부터 짧은 답신이 다시 왔고 그 답신 속에서 나는 후배의 서운함을 읽을 수 있었다.
방송에서는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가 반복돼서 흘러나왔다. 사실 이 이중 피동의 비문법적 제목의 노래는 노래 자체에게도 그것을 부른 가수에게도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일 년에 한 번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어김없이 호출되어 불리고 감상되고 기억된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노랫말 속 주인공은 그렇지 않겠지. 도대체 10월의 마지막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저 노랫말 속 주인공은 그 일을 영원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헤어진 걸 보면 그리 행복한 순간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그 아픈 기억을 되돌이표처럼 매년 반복해서 환기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런 일일까.
나에게도 10월의 마지막 밤에 얽힌 추억이 있었겠지만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기억될 만큼 의미 있는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내 인생에 몇 차례의 10월을 더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심인가요?” 따위의 푸념을 하게 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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