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참치회 먹고, 후배들 만나고.... 본문
참치 회를 사주겠다는 김영빈 기자와 만나러 나가기 30분 전이다.(4시 5분)
시청 앞 참치 집에서 김 기자와 후배를 만나 오랜만에 참치를 먹었다. 좋아하는 회였지만 사실 먹으면서도 미안한 맘이 떠나질 않았다. 지방 신문 기자의 월급이 호기 있게 참치나 소고기를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은 이 치료 중이어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도 못했지만 김 기자는 대가 없이 베푸는 사람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연신 환하게 웃었다. 마음의 빚 하나를 또 쌓은 셈이다.
자리를 갈매기로 옮기자마자 후배 장(張)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후배 장과 심(沈), 그리고 김(金)과 손(孫)이 우리집 근처 홍탁집에 모여 있으니 들르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고 한 시간 쯤 지나서 도착했더니 술상에 제법 빈 술병들이 그득했다. 심은 억지로 불려나온 듯 술판에서 겉돌았다. 장은 술값이 없을 때 김에게 연락하고 김은 그때마다 군말 없이 나와서 술값을 계산한다. 손과 심의 경우도 그런 경우인데, 다만 김과는 달리 심의 경우 그런 처사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새벽일을 해야 하는 김이 먼저 돌아가고 이후 술에 취한 손이 자리를 떴을 때 심은 그런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그것은 손을 향한 것이었는데 자격지심이었을까, 장이 심의 불만 토로에 발끈하며 화를 냈다. 그 동안 심은 손의 수발은 물론 술값까지 상당 부분 책임을 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이 항상 신세만 진 것은 아니었지만 심은 최근 들어 약간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관계란 항상 그런 것이다. 역지사지 하지 않으면 사소한 문제로도 덜컹거리게 된다. 술이 감정들을 더욱 격동시켰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 눌러놨던 감정들이 표출된 것이라면 그냥 해프닝으로 넘길 일은 아니란 생각이다. 밝은 날, 서글펐던 오늘밤의 술자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손을 택시 태워 보내주고 터덜터덜 장과 걸어오다가 우리집 앞까지 왔는데 장은 술이 좀 부족한지 귀가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우리집에 데리고 와 집에 있던 양주 서너 잔씩 더하고 좀 전에 헤어졌다. 배웅하고 들어오는데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진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뭔가 '깍두기' 같은 시간들이 시작되었다 (0) | 2018.11.01 |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0) | 2018.10.31 |
인천시민문화헌장 TFT 모임 (0) | 2018.10.29 |
김병만에게 빠지다 (0) | 2018.10.28 |
한국작가회의 창립20주년 기념식 (0) | 2018.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