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나는 가끔 도둑외출을 감행하곤 하지요 본문

일상

나는 가끔 도둑외출을 감행하곤 하지요

달빛사랑 2018. 4. 12. 03:25

자주 그러지는 않지만, 어머니께서 주무시러 들어가시면 조용히 외출을 해서 지인들을 만나고 새벽녘에 살금살금 들어올 때가 있지요. 갑자기 밀려드는 외로움 때문일 때도 있고, 지인들이 단골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연락을 해올 때 그렇습니다. 도둑고양이 같긴 하지만 일단 어머님은 내가 외출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맘 편히 주무시니 나로서는 그 방법을 쓰게 되는 거지요. 물론 외출하겠다고 말씀드릴 경우 낼모레 육십인 나보고 그냥 집에 있어라.”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딱 두어 시간의 도둑외출, 사실 스릴보다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집을 나가면서도 습관의 힘은 정말 세구나라든지, ‘정말 나는 유혹에 약하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밤거리로 나선다는 거지요.

 

물론 외출 만족도가 항상 높은 것은 아닙니다만 대체로 만족스럽습니다. 365일 술을 마시는 오 모 후배의 얼굴을 보는 것도 반갑고, 365일 술을 사시는 조 모 선배를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후배의 이야기는 대체로 들어주고 선배에게는 나도 가끔 너스레를 떱니다. 특히 조 선배는 너무도 편안한 분이기 때문에 내 쪽에서 많은 말을 하는 편입니다. 큰 눈에 우직함과 고집스러움을 지닌 선배는 항상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많이 웃어줍니다. 그래서 그 선배가 있는 자리면 늦은 밤이라도 도둑고양이처럼 나가서 만나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아무리 외롭고 좋은 술자리가 유혹을 해도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절대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내가 정한 결코 어길 수 없는 철칙입니다. 사실 요즘은 어머니 쪽에서 나보고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오라고 종용하시곤 하시지요. 그렇잖아도 월말쯤에 제주도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요즘은 어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긴 하지만 한국작가대회가 열리는 월말에는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기도 하고 제주도에 있는 후배들의 안부도 궁금해서 한 번 다녀올 생각입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이 돌아왔다  (0) 2018.04.14
재즈를 듣다  (0) 2018.04.13
인천일보 '픽미픽미'-김윤식 선배와 함께  (0) 2018.04.11
장애인문학상 심사를 다녀오다  (0) 2018.04.10
너희가 혁명을 아느냐  (0) 2018.04.0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