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어머니와 공원을 산책하다 본문
오랜만에 어머니 손을 잡고 공원을 걸었어요. 고치처럼 움츠러든 어머니의 어깨도 감싸고, 마른삭정이 같은 손가락도 만지작거리며 대공원을 걸었지요. 바람은 유순해서 어머니도 나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어린이 동물원 안으로 들어가서 사막여우와 미어캣도 보고 기니피그도 보았습니다. 그 작은 동물들이 오물오물 먹이를 먹으며 분주하게 우리 속을 오고가는 것을 본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호수 쪽으로 걸으며 엄마의 묵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데, 정말 이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닌데 어머니는 나와 함께 공원길을 걸어가면서 너무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숨이 차신지 목에서 쌕쌕하는 소리가 들려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는 벤치가 나올 때마다 앉아서 한참을 쉬다가 다시 걷곤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던 길인데 이제는 이것도 힘들어졌구나.” 하시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어머니는 언제까지 내가 철들기를 기다려주실까요. 사실, 시간이 그리 넉넉하게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어머니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감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인간의 삶이란 유한한 것이니까요. 다만 신 앞에 단독자로 오롯하게 설 때까지 인간의 품위와 주변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할 뿐이겠지요. 나는 어머니의 삶에서 모종의 숭고함을 매번 확인하곤 합니다. 신에 대한 믿음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온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얼굴, 그것이 울 어머니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두어 시간에 걸친 산책이었지만 그 시간이 남긴 마음의 넉넉함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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