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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헌 책을 사다 본문

일상

헌 책을 사다

달빛사랑 2017. 6. 4. 15:30

오전에 잠깐 사무실에 가서 몇 개의 원고를 정리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사무실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문학과지성사), 애틋한 로마(문학과지성사) 두 권과 김훈의 흑산(문학동네), 김별아의 채홍, 그리고 서정주 전집 등 5권을 샀다. 문득 책을 좋아하는 후배 생각이 났다. 복거일의 책은 오래 전에 이미 본 바가 있지만 굳이 다시 산 이유는 최근 그가 보이는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나름 건강한 문제의식과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많은 독자들과 평론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복거일은 최근 극우 인사가 되어 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거나 여혐 발언을 일삼는가 하면 시민들의 정당한 촛불 혁명에 대해서도 폄훼하는 망발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도 사람인 이상 자신이 견지했던 세계관에 일대 전환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견지해 왔던 신념과 동료들의 실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그것들을 부정하고 있으니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의 소설을 읽어보고 혹시 초기 소설 창작 단계에서부터 그러한 반동적 사고의 맹아가 잠재되어 있던 것은 아닐까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김훈의 경우는 그의 문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그의 소설을 읽지 못했다. 여전히 미문에 목숨을 거는지 아니면 다소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서정주 전집은 이미 민음사에서 발행한 책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졌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구입한 것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책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발행 연대만 몇 년 되었을 뿐 외장은 거의 새책과 다름 없었다. 또 사다가 쌓아놓기만 하고 읽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책을 보면 자꾸 사들이고 싶어하는 버릇은 나이가 먹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서가에 새로 사 온 책을 쌓아둘 때의 뿌듯함이란..... 그런대로 일요일을 뿌듯하게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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