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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멈춰진 시간 속, 11년의 분노와 슬픔 (4-16-수, 맑음) 본문

일상

멈춰진 시간 속, 11년의 분노와 슬픔 (4-16-수, 맑음)

달빛사랑 2025. 4. 16. 23:15

 

 

다시 4월이 찾아왔습니다. 11년이 지났지만,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생명이 약동하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곳곳에 피어난 꽃들과, 하늘의 새들과, 우리를 스치고 가는 저 바람과, 모든 사물마저 슬픈 표정으로 침묵하거나 수런거리는, 비탄의 시간을 경험해야 합니다. 하지만 11년 전 별이 된 학생들과 일반인 희생자 마흔다섯 분은 우리가 자신들의 죽음을 마냥 슬퍼하며 비탄의 눈물만 흘리기를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날 우리 곁을 떠난 45명의 일반인 희생자는 누군가의 부모이자 형제자매였고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성실한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경험한 공포와 고통, 그들의 존재와 희생을 우리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결코 그들의 희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날의 참사는 우리 사회의 무사안일, 나태와 탐욕을 질타하기 위해 엄중하게 내리친 죽비처럼 큰 일깨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날의 일깨움을 가슴에 새기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을 계기로 우리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랄 것이고, 이웃과 아픔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가길 바랄 것이며, 무엇보다 아직도 진도 앞바다에 수몰된 채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비극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기를 바랄 것입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일이 그들을 추모하는 진정한 방식이고 우리가 그들에게 던져야 할 약속입니다.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엄청난 비극 앞에서도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이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희생자들의 죽음이 닫힌 시간 안에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억의 힘을, 그리고 그 기억들이 밝혀낼 진실의 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존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날’을 기억하는 건, 그리고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는 건, 우리의 잘못된 문화를 청산하는 일이고, 일그러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현재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기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 교육청은 물론이고 지역 교육지원청에서도 4.16 세월호 참사 추모제를 진행할 것이며, 현재 각급 학교에서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계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회를 중심으로 추모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우리 교육청 잔디광장에 노란 리본꽃 추모 조형물과 희망의 바람개비를 설치했습니다. 오가는 시민들께서는 노란 리본꽃을 보며 그날의 비극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그들의 영전에 우리의 다짐과 약속을 놓아드립니다. 그리고 여전히 11년 된 무거운 슬픔과 그날에 멈춰버린 시간을 견디며 진실 규명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신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함께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침몰한 진실을 기필코 끌어올려 밝히고, 기억하고, 치유하겠습니다. 희망을 열어갔습니다. 여러분이 진실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에 나도 늘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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