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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사진전, 낮술, 만석동 치킨집 (1-12-일, 맑음) 본문

일상

사진전, 낮술, 만석동 치킨집 (1-12-일, 맑음)

달빛사랑 2025. 1. 12. 22:41

김건환 作 '표면'

 

며칠 무리했던 탓인지 어젯밤엔 숙면했다. 이런 날은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몸이 가볍다. 운동하고 침구 정리한 후 쑥차와 우엉차를 끓여놓았다. 온 집안에서 쑥 냄새가 났다. 확실히 쑥차 향이 우엉차보다 강했다. 점심으로는 팩으로 나온 곰탕 국물에 달걀 두 개, 냉동실에 있던 물만두와 부산어묵을 넣고 팔팔 끓여 먹었다. 마지막에 숙주도 한주먹 넣었다. 먹을 만했다.

 

점심 먹고 식후 운동 40분 한 후에 건환 형의 전시가 열리는 신포동에 나갔다. 전시장(아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형은 혼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측에서 요청한 초대전이다 보니 전시된 작품들 대부분 이전 전시와 작품집에서 이미 본 작품들이었다. 형이 전시회를 할 때나 작품집을 낼 때 두어 차례 추천사와 해설을 써준 적이 있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개는 알고 있다.

 

전시장에서 그간의 안부를 비롯하여 최근의 동향을 묻고 대답하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형은 얼마 전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조건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사업을(선반, 밀링) 시작했는데, 경기 불황과 계엄 여파로 현재 매우 고전하고 있다고 했다. 빚도 좀 진 모양이었다. 예술가가 사업에서 성공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사업 전에 내가 들었다면 두 팔을 걷고 말렸을 것이다.

 

3시 30분쯤 친구이자 화가인 이모(某)가 전시장에 나타났고, 조금 뒤에는 선배이자 디자이너인 복영 형이 들어왔다. 이모(某)는 현재 인천 미술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 중이라고 했는데, 또 다른 후보인 강모(某) 역시 내 친구라서 참 불편한 상황이다. 나는 미술인은 아니나 아는 미술인들이 많다 보니 건환 형이 내게 “관수 좀 도와줘”라고 말했을 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능력도 없다. 속마음으로는 이모(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긴 하다.

 

아무튼 4시쯤 전시장을 나온 4명은 신포동 ‘굴따세’에 가서 굴보쌈을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우리가 들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손님들이 몰려들었는데, 순식간에 식당이 가득 찼다. 심지어는 대기자들이 나오기까지 했다. 복영 형은 “간발의 차이네. 5분만 늦었어도 그냥 돌아갈 판이었어” 하며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식당에서는 사실 홍탁삼합을 자주 먹었다. 굴보쌈은 오늘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손님 많은 식당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굴은 싱싱하고 돼지고기는 부드럽고, 쌈을 위한 겉절이 또한 감칠맛 났다. 다음에 다시 먹으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1차를 마치고 바로 앞에 있는 전통찻집에 들어가 선배들과 이모(某)는 차를 마시고, 나는 예쁜 호리병에 옮겨 담은 곡차(소주)를 마셨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내가 주문한 소주를 가져다 마셨다. 이곳에서는 단골들에게만 소주를 다른 병에 옮겨 담아 내주었고 그 소주를 손님들은 곡차라 불렀다. 이를테면 “사장님, 여기 곡차 한잔 추가요” 하는 식으로 주문했다. 찻집 사장은 내 또래의 여성 심마니인데, 초등학교 후배 광규가 소개해 줘서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찻집에 들른 김에 근처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광규를 불러내 선배들에게 인사시켰다. 얼마 후 건환, 복영 선배와 친구 이 화백은 먼저 귀가하고 나와 광규는 만석동 치킨집에서 친구 임모(某)와 선배인 박모(某)의 생일 파티가 벌어진다고 연락이 와서 택시 잡아타고 치킨집으로 갔다. 그곳에는 혁재와 로미도 있었다. 생일 당사자들은 머리에 헤어밴드를 끼고 노래방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있었고, 참석자들은 연신 함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이 60이 넘은 양반들이 참……. 재미는 있었다. 잠시 앉아서 어울리다가 혁재와 로미가 먼저 나갔고, 남은 나도 불편해하는 (사실 불편하지는 않았고 피곤했다) 기색이 역력 하자, 광규가 "가시죠, 형님" 하고 나를 데리고 나와 택시를 잡았다. 도중에 광규를 신포동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오니 10시, 현관에 들어서며 소리부터 질렀다. “드디어 내 집에 왔다!” 

 

이번주에는 너무 자주 술 마셨다. 다음주에는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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