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하다 (10-11-금, 맑음) 본문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동시에 아시아 여성이 노벨상을 받은 건 노벨상 역사 12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소설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서정적 산문”이라고 평하며 노벨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래전 그녀의 소설 『여수의 사랑』을 읽고 꽤 괜찮은 모교 후배라고 생각은 했으나 이내 잊고 있다가 10여 년이 흐른 후, 『채식주의자』가 문화적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다시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 그건 뭐랄까, 소설 자체의 매력보다는 (읽기 전이었으니까) 당대의 문화적 이슈에서 멀어지면 지인과의 대화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극히 속물적인 필요성에 의해서 읽게 된 것인데, 문제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법에 걸린 듯 자꾸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2004년)에 발표된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서는 더욱 그녀의 소설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녀가 서구의 각종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나는 드디어 한국 문학에 대한 외국 번역가들의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왔다는 생각과 아울러 언어가 달라도 한강의 문제의식과 문장 속에 담긴 문체의 힘이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했다고 생각했다. 즉 인간의 본원적 문제의식과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이념과 종교, 나라와 인종, 시공을 초월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녀의 이번 노벨상 수상은 뜻밖의 기쁨이긴 하나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충분히 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수상은 단지 그녀 자신만의 영광이 아니다. 이제 그녀로 인해 한국 문학에 관한 서구인들의 관심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녀도 훌륭하지만, 한국에는 이청준, 박경리, 황석영, 박완서, 오정희 등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는 무엇보다 기쁘다. 다시 한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한다.
치과에 다녀왔다. 4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들르는데, 오늘은 임플란트 나사 위를 (미관상) 덮고 있던 레진이 떨어져 서비스 받으러 간 것이다. 원장은 나를 보자마자 "문 선생님, 글쎄 한강이 노벨상을 탔어요. 요즘 매일 쌈박질만 하는 정치 뉴스만 보다가 오랜만에 신나는 뉴스를 만났네요" 하며 반가운 체를 했다. 나도 "그러게요. 정말 기쁜 소식이네요" 하며 맞장구 쳐주었다. 원장은 치간칫솔로 치아 사이를 청소해주고, 잇몸도 살펴봐 주었다. 모든 진료가 끝나고 일어설 때 원장은 "오늘은 진료비가 청구될 거예요. 4개월 후에 뵙도록 하지요. 수고하셨어요" 했다. 접수대로 나와 진료비를 보니 4만 천 원이 나왔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4만 원이라니...... 레진은 임플란트 시술이 끝난지 1년이 안 됐으니 당연히 서비스 해줘야 하는 거고, 치간치솔로 청소해 준 건 내가 직접 해도 되는 건데, 다소 과하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단에도 청구하는 금액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오늘 그 간단한 진료를 보고 병원이 받는 돈은 10만 원이 넘는 것인가? 그래, 아픈 게 죄고 환자인 게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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