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가끔 그럴 때가 있다 (10-8-화, 맑음) 본문
이를테면 형제들조차 귀찮아질 때 말이다. 서로를 귀찮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형제 사이에 그럴 리가 있겠는가? 오히려 관심이 너무 과해서 귀찮은 거다. 안다.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하지만 마음이 옹색해졌을 때는 바른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위로의 말조차 동정으로 들리고, 상대의 웃음조차 위선으로 느껴진다. 말 거는 것도 싫고 마냥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형제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 마음의 병은 그래서 위험한 거다.❙가끔 나는 형제들에게 무척 냉정해진다. 특히 작은누나에게 그렇다. 딱히 누나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것이 아닌데, 누나가 말을 걸면 귀찮게 여긴다. 후배나 지인에게는 싹싹하고 상냥하면서도 오히려 살가워야 할 형제에게 그런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참 못났다. 그래서 누나는 가끔 나의 눈치를 보는데, 그럼 또 마음이 약해져서 이내 부드러워지지만, 며칠 후 다시 보면 또 무뚝뚝해진다. 이 마음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오늘만 해도 누나들은 동생들과 식사하고 싶어서 연락한 걸 텐데, 나는 그게 마치 나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라도 한 것처럼 예민하게 굴었다. “엊그제 식사했는데, 뭘 오늘도 또 만나.” 하며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차라리 “이걸 어쩌지,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함께 못할 것 같으니, 계용(동생)이랑 셋이 맛있게 먹어요” 했으면 좋았을 것을……, 꼭 뱉어놓고 후회한다. 저녁에 “식사, 맛있게들 했어요? 근데 뭐 먹었어?” 하고 환한 목소리로 전화해서 마음의 옹졸함을 스스로 풀어보려 한 건 그나마 잘한 일이다. 하여튼 60이 넘었어도 마음이 온유해지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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