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종일 흐린 일요일 (10-6-일, 한때 소나기) 본문
종일 흐렸다. 비는 올 듯 올 듯하면서도 내리지 않다가 점심 지나 오후 1시쯤 질금거리는 소나기로 내렸다. 오전 10시 30분쯤, 누나들이 예배 마치고 교회 근처 갈비탕집에서 밥 먹자고 전화했을 때, 나는 우산을 챙겨 들고나갔다. 집을 나서기 전, AI 비서에게 날씨를 물었을 때 오전 11시쯤에 비가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누나는 “흐리기만 하고 비 안 올 거 같은데, 웬 우산? 비도 안 오는데 우산 들고 다니는 거, 늙은 거 티 내는 거래”라며 웃었다.
금방 비가 올 듯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밥 먹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도 비는 안 왔다. 가끔 기상청 예보나 AI 비서인 빅스비도 틀릴 때가 있기는 하다. 오늘이 그런 날이려니 했는데, 1시쯤 비가 왔다. 예보를 믿고 빨랫줄에 널려던 소파 커버를 실내에서 건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나 같은 범인(凡人)은 예상이 맞아떨어질 때 무척 신난다.
낮잠을 자지 않고 오후를 보냈다. 귀 뒤쪽과 왼쪽 머리 부분이 건드리거나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건드리는 것처럼 찌르르했다. 통증이라기보다는 불쾌한 느낌에 가까웠다. 손으로 꾹꾹 눌러봤더니 확실히 그 부분이 이상했다. 두피 마사지 기구로 한 10분 마사지했더니 당장은 나아졌다. 이전에도 피곤할 때면 가끔 이런 증상이 있었다. 하지만 요 며칠 딱히 피곤한 일을 한 게 없는데…… 잘못 잠을 잤나?
요즘 풍수와 수면의 상관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잠자는 방향을 이삼일에 한 번씩 바꿔 봤는데, 혹시 그것 때문일까? 평소 자던 방향은 북향이고, 최근 동, 남, 서 방향으로도 잠을 잔 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다. 오랜 불면을 치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최근 남쪽으로 머리 두고 잤을 때 그중 편했는데, 이게 그때그때 다른 수면 조건(이를테면 음주나 야간작업, 낮 동안의 강도 높은 노동 등) 때문인지, 그야말로 플라세보 때문인지, 정말로 수면 방향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남쪽으로 머릴 두고 자볼 생각이다. 만약 두통의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면 이제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두통이 사라질 것이다.
날이 선선해지자 갑자기 모기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한여름에는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냐?
오늘 처음으로 저혈당을 경험했다. 온몸에 힘이 없어 얼른 혈당을 확인했더니 76이었다.
서둘러 꿀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요즘 정말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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