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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모든 게 생각대로 되진 않지 (8-29-목, 맑음) 본문

일상

모든 게 생각대로 되진 않지 (8-29-목, 맑음)

달빛사랑 2024. 8. 29. 22:45

 

어제 일이다. 막 안과 검사 마치고 병원 나왔을 때 후배 상훈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자신이 한잔 살 테니 신포동 '윤식당'으로 민어 먹으러 가자고 했다. 며칠 전 지인과 들렀을 때, 39,000원짜리 한 접시로 두 사람이 배불리 먹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대단한 가성비가 아닐 수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 제철 생선 민어가 그렇게 쌀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후배 자존감을 살려줄 생각으로 이것저것 묻지 않고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약속 장소 근처인 신포시장에 막 들어섰을 때, 상훈에게 전화 왔다. "형, 황당하게도 오늘 정기 휴일이라네요. 아까 서울에서 내려오며 전화했는데 그래서 안 받았나 봐요." 수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에서 당혹감이 느껴졌다. '뭔 가게가 수요일이 정기 휴일이야' 황당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메밀 소바집 '청실홍실' 앞에서 만나 어디 갈까 고민하다 배도 고프고 덥기도 해서 가까운 고깃집인 '최고집'에 들어갔다. 둘이서 양념 갈매기살 4인분과 소주 3병, 맥주 1병을 마셨다. 최고집에는 오랜만에 들렀는데, 고기도 기본 반찬도 여전히 푸짐하고 맛있었다. 결국 오늘 술값(76,000원)도 내가 계산했다. 상훈은 민망했는지 "토요일 시간 돼요? 토요일에 와서 민어 먹어요. 내가 살게" 했다. 내가 "주말은 쉬어야지. 이번 주에는 알코올 섭취량이 기준을 넘어섰어" 하고 웃었더니 그도 그냥 웃었다. 최고집을 나와 바로 옆에 붙어있는 후배 경서가 사장인 '신코'에 들러 간단하게 2차 했다.

 

그때 은준에게 전화 왔다. 혁재 작업실에 있다고 했다. 혁재와 은준이 둘 다 상훈이와는 사이가 좋지 않아 은준에게 전화 온 건 밝히지 않았다. 신코 술값(3만 원)은 상훈이가 계산했다. 신코에서 나와 상훈과 헤어진 후 곧바로 혁재 작업실로 향했다. 세 명이서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다. 양주, 소주, 맥주, 막걸리 있는 술은 모두 마시며 취중잡담하다가 막차 시간 맞춰서 일어섰다. 15번 버스는 끊겼고, 다행히 마을버스가 있어서 은준과 함께 일단 타고 만석동을 빠져나왔다. 독쟁이 방향으로 우회전하기 직전 정거장에서 내려 22번 버스로 환승한 후, 은준은 제물포에서 내리고, 나는 전병원 앞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왔다. 이번 주에만 혁재를 두 번 봤다. 볼 때마다 둘 다 취해 있었다. 혁재와 나, 셋이 만났을 때도 은준의 화두는 시였다. 성취의 수준은 차치하고 그가 장난스레 시 공부하는 건 아닌 듯하다. 


연극 감독 L이 공연 일정이 담긴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간단한 안부도 물었지만, 그건 의례적인 것이라는 걸 서로가 안다. 내내 연락없다가 그는 자신의 공연이 잡혔을 때만 연락한다. 그동안에는 '귀한 시간'을 내서 빼먹지 않고 극장을 찾았지만, 요즘에는 그러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일단 그의 연극은 재미가 없다. 진부하다고 할까? 뭔가 대사에서 오는 감칠맛도 없고 연출상의 신선한 맛도 없다. 그래서 안 가게 된다. 품앗이처럼 찾아다니기에는 이제 내 체력과 예술가의 의리가 옛날 같지 않다. 

 

당분간 긴축 재정!

라면과 아이스크림을 또 먹었다. 

거금을 주고 인체공학적 버티컬 마우스 2개(집과 직장용)를 구매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팔목이 아파서 마우슬 교체한 거다. 

팔목통증(터널증후군)을 완화할 수 있다면 15만 원(개당 78,000원)이 아까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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