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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세탁기가 고장 났다 (5-29-수, 맑음) 본문

일상

세탁기가 고장 났다 (5-29-수, 맑음)

달빛사랑 2024. 5. 29. 15:39

 

 

세탁기가 멈췄다. 전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서비스센터에 전화했더니 이번 주 금요일에나 기사가 방문할 수 있다고 했다. 탈수 과정에서 전원이 나가 자동으로 잠긴 뚜껑도 열 수 없어 이불과 옷가지들은 세탁기 안에 방치된 채 이틀을 지내야 한다. 사람도 사물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다 보면 이곳저곳 고장 나게 마련이다. 나보다 훨씬 분주하게 살아온 세탁기가 이제까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게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세탁기가 멈췄을 때, 세탁기 자제에게는 별로 짜증 나지 않았다. 오히려 빨래가 담긴 상태로 멈춘 세탁기를 이틀 후에나 고쳐줄 수 있다는 더딘 서비스에 짜증 났을 뿐이다. 하긴 요즘 에어컨 서비스 철이기 때문에 서비스 신청이 몰려들 때이긴 하다. 아무튼 무료 서비스 기간이 지나서 출장비와 부품값 등 일정한 비용이 지출될 텐데, 그 비용도 궁금하긴 하다.

 

교육감이 전국소년체육대회와 시도교육감협회의를 위해 출장 중이어서 청사는 썰렁했다. 우리 방 김 담당관과 비서실 식구들도 따라갔다. 김 목사는 자신의 업무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따라간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고즈넉한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다. 청 관련 일이 없어 종일 수필집 윤문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처음에 책을 의뢰받았을 때(교육감이 본인의 선배라며 직접 전화해서 부탁하기도 했다), 그저 돈 있는 노인의 허영으로만 생각했는데, 그의 글을 꼼꼼히 읽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무척 여리고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이고 자신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 땅의 성실한 가장이었다. 그 연배 평균치의 과시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살면서 그가 획득한 가치관일 것이다. 아무튼 이왕에 내 손까지 도착한 글이니, 잘 다듬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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