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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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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래, 결심했어! 벽을 칠하자. (02-22-수, 맑음)

달빛사랑 2023. 2. 22. 17:37

아침저녁으로 벽지가 신경 쓰여 미칠 지경이다. 지난 주말, 1층 아저씨가 모든 방문(房門)을 칠해주고 간 뒤, 깨끗해진 문(門)들과 대조되어 벽지가 더욱 지저분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 방 벽지는 밝은 베이지색, 방 안에서 담배도 피우고 밥도 먹고 했으니 수년간 벽과 천장이 얼마나 오염됐겠는가. 심지어 몇 군데에는 모기의 핏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방문(房門)들이 흰색의 옷으로 갈아입기 전까지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애써 외면해도 다시 눈길이 가고, 눈길이 갈 때마다 갈등이 일어난다. 동생에게 받은 서화를 붙여보기도 하고, 아트 스티커를 구입해 꾸며보기도 했는데, 소용없다. 그래서 도배를 다시 할까, 풀 바른 도배지를 사다가 붙여볼까, 시트지를 붙여볼까 다양한 생각을 해봤는데, 도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풀 바른 도배지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는 후기가 있으며, 시트지는 너무 비쌌다. 그래서 내린 결론, '요즘 페인트가 잘 나온다고 하니 (냄새도 없고 빠르게 마르며 인체에도 무해한) 나도 칠을 해보는 거야!'였다. 

 

그리하여! 실내용 노루표 친환경페인트 2통과 붓, 롤러 등을 구매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그래 결심했어! 오로지 나의 수고로움으로 각종 오염으로 얼룩진 저 황색의 벽들을 기어이 밝고 환한 베이지색으로 환골탈태시켜 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깔끔해진 방 안의 풍경을 상상하며 거리낌 없이 쇼핑을 했다. 과연 생각했던 '그림'이 만들어질까, 혹시 미숙한 솜씨로 인해 물건값만 날린 결과가 초래되는 건 아닐까 하는, 초조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나마 손재주가 있는 편이고 미술 감각도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도색을 마칠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페인트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게다가 잘하기만 하면 화사한 방 분위기가 연출될 것 아닌가? 울 아버지가 삼화페인트 전무 출신 페인트 기술자였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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