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사람 일은 참 알 수 없다니까! (02-24-금, 맑음) 본문

오늘은 얼추 30년 된 조직(94년 9월에 창립), 인천민예총 정기 총회가 열리는 날. 총회를 준비해 온 후배들에 의하면 올해는 민예총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강도 면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큰 변화를 맞게 될 원년이기 때문에 긴장감이 남달랐다고 한다. 오늘 총회에선 이사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편제와 이사진도 바뀐다. 그동안 10년 넘게 이사로 일해왔던 나도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나를 비롯한 나이 든 이사가 물러남으로써 이사들의 연령층이 대폭 낮아졌다고 하는데, 바람직한 일이다. 당연히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다만 한 가지, 그동안 이사라는 책임감 때문에 그나마 조직의 각종 사업에 적극 참여해 왔는데, 이제 그 연결고리가 끊어졌으니 원로연(然)하면서 조직의 모임이나 활동에 게을러지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퇴근하면서 후배 한오의 연락을 받고 민예총 건물과 인접한 '마포주먹고기'에 들렀다. 한오의 부탁도 있고, 총회까지 한 시간 반이나 남아 있어 들른 것인데, 한오는 이 자리에서 제고 33회 후배들을 인사시켰다. 총회까지 한 시간이나 남아 있어 후배들과 앉아 담소를 나누다 총회 시간 임박해서 사무실로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총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후배들과 술 마시느라 중요한 총회에 참 석하지 못한 것이다. 후배들이 권하는 술잔을 한 잔 두 잔 받다 보니 '발동'이 걸려 버렸다. 술꾼들은 이게 문제다. 애초에 술을 입에 대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2차로 경희네 갔다가 그곳에서 후배 J와 수홍 형을 만났다. 서로 아는 체를 했는데, 후배 J가 예의 없는 태도(사실 반말을 한 건데, 본인은 친숙해서 그랬겠지만, 나는 기분이 무척 상했다)를 보여 기분이 좀 상했다. 결국 언성을 높였고, 이내 후회했다. 혁재 말대로 나는 막걸리를 마시면 괜찮은데 소주를 마시면 쉽게 흥분한다. 혁재는 소주가 사람을 거칠게 만드는 술이니 소주 말고 막걸리를 마시라고 나에게 강권했는데, 우연한 일에 괜스레 의미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건(?) 발생 빈도를 따져보면 혁재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아무튼 경희네를 나와서 갈매기로 3차를 갔다. 그곳에서 총회를 마치고 뒤풀이 중인 민예총 회원들과 만났다. 후배들은 나를 보자마자 "형, 뭐예요?" 하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환하게 웃었다. 총회가 별다른 문제없이 잘 끝난 모양이었다. 민망하긴 했지만 미안하진 않았다. 사람 일에는 항상 변수가 있는 법이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날이 적은 게 안지상정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변수를 만난 날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전화 두 통, 이불킥 나오는 문자 1통, 감정조절 실패 1번, 시간을 되돌린다면 결코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들이다. 총회에 불참한 채 후배들과 술 마셨지만 결국은 총회를 끝낸 사람들과 만나 킬킬대다 돌아오니 꼭 총회에 참석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참으로 묘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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