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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후배들과 초밥집('유래')에서 만나다 (9-11-日, 흐림) 본문

일상

후배들과 초밥집('유래')에서 만나다 (9-11-日, 흐림)

달빛사랑 2022. 9. 11. 00:46

 

일찍 일어나 방을 정리하며 텔레비전을 치울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놔두었다.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해 거실에서 방으로 들인 텔레비전이 어느 순간부터 나의 독서와 사색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치우려고 했는데, 어차피 그건 의지의 문제이지 텔레비전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그냥 놔두기로 한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면 리모컨에 손이 더 가게 되는 게 사실이지만, 내 의지를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몇 차례 많은 고민 끝에 텔레비전을 거실로 옮겨놓았지만, 결국 다시 들였다.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을 것만 같아서 괜한 수고를 애초부터 하지 말자는 생각도 조금은 작용했다. 그렇게 방 정리를 끝내고 점심을 준비하려고 할 때, 후배 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혁재와 로미 등을 계산동 초밥집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나오라는 것이었다. 혁재로부터 전화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의 가수 혁재가 만나자고 했다면 만나야겠지. 아무런 마음의 저항 없이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현재 시간 1시 15분.


정확하게 2시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후배 장이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자 손을 흔들어 보였다. 15분쯤 지나서 로미가 도착했고 40분쯤 지나서 혁재가 도착했다. 가게를 막 열었는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면서 손님이 들어차더니 이내 만석이 되었다. 안주는 맛있고 양도 많았다. 그야말로 가성비가 높은 집이었다. 손님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광어회 큰 것과 도미찜을 시켰는데, 사장님이 나와 같은 제고 출신(13회)이라며 후배인 나(26회)에게 병어회와 멍게 등 서비스 안주를 계속 내와 네 명이서 배불리 먹고도 약간 남겼다. 사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얼추 다 먹고 나왔을 텐데, 손님이 계속 들어왔다 자리가 없어 나가는 걸 보고 눈치가 보여 안주가 남았는데도 계산하고 자리를 비워준 것이다. 가게 벽면에는 '다른 손님을 위해서 2시간만 드시다 가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손님이 워낙 많다 보니 자리 회전을 위해서 양해를 구하는 문구까지 붙여 놓은 것이다. 우리가 나온 게 4시 20분이니 얼추 가게의 요구(?)에 맞춘 것이다. 근래에 먹어본 회 안주 중에서 가장 맛있고 가성비가 높았던 집이었다. 멀지만 않다면 자주 둘렀을 텐데..... 왜 구월동에는 그런 회집이 없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식당을 나왔다. 

 

 

2차로 부평시장에 있는 냉면집(해민면옥)에 들러 물냉면과 수육, 빈대떡을 먹었다. 이곳 역시 맛집이라 손님이 쉴 새 없이 들어찼다. 육수 맛은 담백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경인면옥'의 육수 맛과 흡사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지 않거나 자주 먹지 않은 사람은 맛이 너무 밍밍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입맛에 맞게 소금이나 액젓을 넣어 간을 맞춰야만 먹을 만하다. 하지만 냉면 고수들은 무척 선호할 것 같다. 그들은 육수 본래의 담백한 맛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다만 냉면 값이 만 원이 넘어 가성비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집이었다. 이곳보다는 차라리 시청 앞 '우성냉면'이 훨씬 맛있다는 생각이다. 

 

 

3차는 로미의 강력한 추천으로 부개동 일신시장 근처 '낭만포차'를 갔다. 혁재와도 잘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로미와 사장님이 동갑이라서 평소에도 자주 가는 술집인 모양이었다. 나도 오래전 갈매기에서 낭만포차 사장님을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암 투병 중이라고 들었는데, 건강이 회복되었는지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 가게를 낼 때 혁재가 실내 공사를 도와주었다고 한다. 규모는 작았다. 테이블이 5개 정도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실내 분위기는 이름값 했다. 이름도 촌스럽고 (진부하잖아요. '낭만포차'라니.....) 실내 분위기도 무척 촌스러웠는데, 그 촌스러움이 좋아서 일부러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올드팝 뮤직 비디오를 계속 틀어주는데 그건 정말 맘에 들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팝송 가수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이곳에 오래 앉아 있지는 않았다. 들어온 지 한 시간쯤 지나니 취기가 느껴졌다. 소주 한 병은 더 마실 수 있었으나 그러면 많이 취할 것 같아서 후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거장까지 혁재가 데려다 주었다. 다행히 그곳에서 우리집까지 오는 버스(37번)가 있었다. 혁재는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내가 버스에 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오랜만에 3차까지 술을 마신 날이다. 생각보다 많이 취하지는 않았다. 기분 좋게 마셨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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