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9월 18일 토요일, 추석 연휴 시작 본문

오전, 산우회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 계양산을 탔다. 나는 백신 접종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산 정상, 정자에서 찍어 보낸 사진 속에서 친구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친구들은 대부분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확실히 외출에 부담감이 줄었을 것이다. 청에 들어오고 난 이후, 사업을 하는 친구들로부터 자주 전화를 받는다. 문화특보인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실상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학교나 학생, 학부모와 관련된 사업이라 하더라도 나는 문화예술사업만 관심이 있을 뿐,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거나 내 영역이 아닌 일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문화예술사업에만 교육감과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고 보좌관들의 판단을 거쳐 정식으로 기획서를 제출받는다. 오늘도 고교 동기이자 대학동기인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11월에 열릴 예정인 아시아아트페스티벌과 관련하여 홍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ppt자료를 받아 살펴보니 인천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관광부, 한국미술협회 등이 후원하는 대단히 큰 규모의 행사였다. 게다가 미술행사라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교육감에게 연락해 면담일정을 잡았다. 문화예술 관련 사업이고 특별한 인적 물적 지원 요청 없이, 학생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것이어서 면담 일정 잡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런 종류의 일들은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후에는 신발과 옷을 사러 구월동 홈플러스에 들렀다. 맘에 드는 옷은 없었고, 생각했던 신발도 사이즈가 없었다. 비슷한 디자인의 신발을 사고, 랜 케이블 10m짜리 하나, 그리고 독거족들의 필수 아이템인 효자손만 구매한 후 돌아왔다. 심한 운동을 한 건 아니지만, 매장 안을 한참 돌아다녔더니, 백신 맞은 팔이 너무 아팠다. 집에 돌아오니 조카딸과 누나가 와 있었다. 명절을 맞아 엄마를 찾아온 딸에게 삼촌에게도 인사하라고 데려온 모양이었다. 누나가 포장해 온 소막창으로 점심을 먹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던 조카가 자켓을 벗자, 그녀의 팔과 등, 목덜미에 새겨진 온갖 종류의 문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뭔가 혼란스럽고 유치해 보였다. MZ세대들의 자유분방함이 가끔 눈에 거슬리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긴 한 모양이다. 어쩌면 서른 살 넘어서까지 누나를 힘들게 하는 철없는 조카에 대한 반감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조카는 여전히 엄마(작은누나)에게 용돈을 받아쓴다. 심지어는 타지역에 살고 있는 조카는 여행갈 때마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줘야 한다며 3교대 근무로 늘 피곤한 엄마로 하여금 자신의 집을 다녀가게 한다. 울엄마도 생전에 외손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혀를 차곤 했다. 그렇게 키운 건 누나의 잘못도 있긴 하겠지만,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캥거루 새끼처럼 엄마의 등골을 빼먹고 산다면, 그건 공감능력이 전혀 없거나 철이 없는 거라고 나는 단정했다. 다른 조카들과 달리 곁을 많이 주지 않게 되는 이유다.
저녁이 되자 팔의 통증이 신기하게도 사라졌다. 1차 때보다 오히려 더 빨리 통증이 사라진 것 같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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