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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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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밝고 환한 일요일

달빛사랑 2021. 6. 13. 18:12

 

 

볕도 공기도 좋은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화초들에 물을 주고 집 근처를 산책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주일이라서 그런지 교회 가는 사람들이 이 더러 눈에 띄었다. 엄마가 잠깐 생각났다. 서서히 잠을 깨는 골목의 풍경들이 보기 좋았다. 집에 돌아와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술을 안 마시니 적은 양이나마 아침을 꼬박 챙겨 먹게 된다.

 

아침 뉴스를 5분 보다가 하루를 망칠 것 같아서 보기를 그만두었다. 야당의 새로운 젊은 대표는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듯 다양한 쇼맨십을 연출하고 있다. 경박한 언론들은 대통령이 G7 정상회담에 초청받아 간 것보다 젊은 야당 대표가 자전거를 타고 국회에 출근한다는 뉴스를 훨씬 자세히 다루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권위주의와 시대착오적인 선민의식은 지양해 마땅하지만, 검증되지 않는 정치인의 쇼맨십을 연예 뉴스 다루듯 기사화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 땅의 언론들이 여론 조작의 가장 적극적인 주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모 씨는 정치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듯하다. 자신의 대변인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출신의 기자를 선발했다고도 한다. 사실 그의 아내와 장모의 비리는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확인된 바 있다. 그 역시 그녀들의 비리를 지위를 이용해 은폐하려 했다는 직권남용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아마 그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입문하려 하는 것도 자신과 가족의 비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패가 필요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땅의 검찰과 판사들의 천박한 인문학적 소양과 비양심, 빗나간 선민의식은 어제오늘 드러난 게 결코 아니다. 고시생 시절, 골방에 틀어박혀 법전이나 달달 외우던 그들의 몰역사성과 천박한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서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것은 수구꼴통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바로 그들의 일탈과 막무가내를 법적으로 옹호해 주며 충견이기를 자처하는 정치 검찰, 정치 판사들의 직권남용이 훨씬 심각한 공해다. 뉴스를 본다는 것은 그런 공해 유발자들의 전횡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웬만한 내공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낮잠을 너무 달게 잔 나머지 다른 날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 것 같다. 평일이었으면 11쯤 눈이 슬슬 감겼는데, 오늘은 12시가 다 되도록 눈이 말똥말똥하다. 다행히 공기가 좋은 날이라 잘 때도 문을 열어놓고 잘 생각이다. 공기청정기는 굳이 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런 날은 숙면하곤 한다. 잠은 양보다 질이다. 적은 시간 자더라도 질 좋은 잠을 자면 이튿날 개운하다. 꿈에 정치 건달들을 만난다거나 슬픈 일을 겪게 되지만 않는다면 서너 시간만 자도 하루를 견디는 데 부족하지 않다. 6월 중순, 아직은 모기가 출현하지 않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아무튼 오늘은 볕이 좋아 자주 테라스에 나가 화초들과 더불어 해바라기 했다. 옆집 미장원의 흰색 수건들이 건조대에서 조용히 볕을 쬐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어두운 뉴스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참 밝고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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