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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지극히 즉흥적인 본문

일상

지극히 즉흥적인

달빛사랑 2021. 3. 14. 14:08

 

청소하고 빨래하고 반찬 만들고 필요한 물건들 홈쇼핑에 주문해 놓고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다 혁재에게 전화했다. 집에 있으면 신기시장 ‘이뿐네’에서 막걸리 한잔하자고 할 참이었는데, 전화 받은 혁재는 ‘갈매기’에서 이미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조구 형 유튜브 촬영 마치고 뒤풀이 중이었던 것.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랄까. 택시 잡아타고 10여 분만에 갈매기에 도착했다. 촬영 팀만 있는 게 아니라 사장 내외가 다 나와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손님들이 들어찼다. 코로나 시국 핑곗김에 일요일에도 장사를 쉬지 않으려는 모양인데, 잘 생각했지. 놀면 뭐 하나. 휴일에도 장사하면 다만 10만 원이라도 매상이 오르는데. 조구 형은 어제 과음한 탓에 오늘은 막걸리 두 잔만 드셨다. 마시지도 않은 술값을 형이 계산하셨다. 죄송스러워라. 멍게는 내가 도착한 후, 내가 좋아 주문한 안주이니 응당 내가 계산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좀 뻔뻔하게 형에게 술값을 미뤘다. 형님 먼저 가시고 근직이와 혁재의 기타 반주에 노래 몇 곡 부르다 왔다. ‘희망가’를 부르다 엄마 생각나서 잠깐 울었다. 술기운 때문에 마음이 더 말랑말랑해진 것이겠지. 술집을 나서며 추가로 2만 원 더 계산했다. 술을 다섯 병이나 더 마신 건 아닐 테지만 (더구나 조구 형이 미리 한 병 값을 계산해 놓은 상태였다) 그냥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일요일까지 나와서 장사하는 수고스러움도 그렇고 갈 데 없는 술꾼들에게 아지트를 제공했으니, 팁이라 생각하면 될 일. 일요일에 나와서 술을 마시면 그리 이른 시간 음주한 게 아닌데도 꼭 낮술 마시고 들어온 느낌이다. 술 중에서도 낮술이 맛있긴 하지. 택시를 탈까 하다가 전철을 타고 왔다. 집까지 가는 20여 분의 시간, 술 마시고 풀어진 마음을 갈무리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나는 좋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극히 즉흥적인 외유였지만, 그런대로 재밌고 아쉬움 없는 시간이었다. 이제 자자.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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