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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엄마 꿈을 꾸다ㅣ먼지, 또 먼지 본문

일상

엄마 꿈을 꾸다ㅣ먼지, 또 먼지

달빛사랑 2021. 3. 13. 00:19

 

옥상이 있는 양옥집, 어린 시절 살던 집이었다. 헤어진 아내도 그 집에 있었다. 꿈속이었다. 그녀가 그곳에 있다니 희한했지만, 꿈속에서 그녀는 많이 웃었다. 그리고 엄마가 있었다. 다락이 있는 부엌이었다. 엄마는 문 앞에 말없이 서 있었다. 너무나 반가워 “엄마!”하고 불렀지만, 내가 다가가자 다락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가려 했다. “엄마, 나는 걱정하지 마세요. 난 잘 지내고 있어. 근데 엄마는 왜 맨날 우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엄마의 발목을 잡고 울었다. 붙잡지는 못했지만, 엄마의 발목 감촉이 내 손에 남아 있다. 그러다 깼는데, 기분이 개운치 않다.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엄마는 무표정했는데, 왜 나는 꿈속에서 엄마에게 왜 맨날 우느냐고 물었던 것일까. 아직도 나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기 때문일까.


YTN 어플을 연결해 뉴스와 날씨를 확인했다. 오늘도 날씨는 포근하겠지만, 미세먼지가 많으니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라고 했다. 휴대용 안마기를 켜서 누운 채로 목과 어깨를 마사지했다. 혈압약과 고지혈약 남은 개수를 확인한 후 복용했다. 얼마 전에 눈이 침침해 구매한 루테인 한 알도 함께 먹었다. 나이가 드니 먹어야 하는 약도 점점 많아진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 담배를 피우러 테라스로 나갔더니, 말 그대로 대기가 아침부터 뿌옜다. 근거리에 있는 만수중앙교회와 남광아파트 건물이 먼지 때문에 흐릿하게 보였다. 콩나물국을 끓여 아침을 먹었고, 점심이나 저녁에 먹기 위해 쌀떡을 물에 담가 불렸다. 오후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 저녁 무렵에는 주꾸미를 먹으러 갈매기로 오라는 동렬 선배로부터의 전화 한 통, 진안에 내려가 있는 후배들이 보고 싶다며 걸어온 전화 한 통, 그곳(진안)에 언제 갈 것이냐며 걸어온 혁재의 전화 등 서너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차는 있었지만, 후배 오가 전화했을 때, 그곳이 갈매기인 줄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유 모 박사의 다소 과장된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모두들 각자 있는 곳에서 행복하게 주말 오후를 보냈으면 좋겠다. 아직도 먼지는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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