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도둑들의 나라, 혁명이 필요한…… 본문

일상

도둑들의 나라, 혁명이 필요한……

달빛사랑 2021. 3. 9. 00:21

 

 

몽니 부리던 검찰총장은 결국 부당한 권력의 희생양인 양 핍박받는 공직자 코스프레를 꼴사납게 하며 청사를 떠났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조직의 수장이 가장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며 물러난 것이다. 그간 검찰의 비민주적 행태와 그릇된 선민의식으로 인한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권력의 충견이 되어 멍멍 짖으며 국민의 고충 따위는 마이동풍으로 흘려 보내왔던 검찰과 법원의 행태를 새삼 말해봐야 무얼 하겠는가. 시대와 현실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도서관이나 고시원에서 법전이나 읽던, 인문학적 교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이 권력에 빌붙어 훼손하고 일그러뜨린 한국 현대사를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수십 년 독식해 온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신들로부터 빼앗아오려는 일련의 흐름에 식겁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검찰과 사법부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입으로 '민주주의', '양심', ‘국민을 위한’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목불인견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친일파들이 해방 후, 처벌이 두려워 ‘나의 행위는 조국과 민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떠나는 검찰총장도 예외 없이 그런 말을 내뱉었다.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 민주주의를 가장 심각하게 훼손해온 권력집단 수장의 입을 통해 그런 말을 들으니 웃음만 나온다. 함량이 한참 모자라는 공직자들에게는 쫓겨날 때 참고할 수 있는 변명 매뉴얼이 있는 모양이다.

 

역병은 창궐하여 민생은 파탄이 났는데 공사의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러 온 세상이 시끄럽다. 도덕적 해이가 나라에 만연하고 있으나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질 않는 나라, 언론은 권력과 자본의 나팔수가 되었고, 정치인과 식자들은 혹세무민, 곡학아세하며 제 배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나라, 국민과 약자를 보호해야 할 사법부와 검찰은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기득권 유지에만 진력하고 있는 나라, 정의와 양심보다 투기와 편법이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나라, 신을 팔아 보신하는 일그러진 종교인들이 득세하는 나라, 불법 탈법이 준법을 비웃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몇 년 전 겨울, 우리는 ‘이게 나라냐’라고 탄식을 하며 모두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히며 부도덕한 정권을 몰아낸 바 있는데, 현재 우리는 다시금 같은 탄식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에 사는 우리 자신이 불쌍하고 이러한 형국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모든 반개혁 세력들과 적폐들 때문에 슬프다. 진정 서러운 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반동의 시절에 무엇을 해야 사람답게 사는 건지, 이 추문 많은 시대에 문학의 자리는 어디이고 그 자리에서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자꾸만 패배주의와 청산주의의 망령들이 일상에서 어른거려 견딜 수가 없다. 이 모든 난맥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와 그 주역을 만들고 소환하는 것도 결국은 국민의 몫일 테지만, 다시 그날, 그 상황까지 가는 길이 너무 아득해 보여 눈물난다. 봄은 왔지만, 봄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구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접란, 그 파란만장한 이력  (0) 2021.03.11
회식  (0) 2021.03.10
인간관계의 볕과 그늘  (0) 2021.03.08
봄을 먹다ㅣ엄마의 접난이 다시 꽃을 내밀다  (0) 2021.03.07
라디오가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0) 2021.03.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