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느낌 좋은 하루 본문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서 오랜만에 여름 이불들을 세탁하고 명절 전까지 먹을 장을 봤다. 온종일 엄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배추로 물김치를 담을까 생각했는데, 배춧값이 워낙 비싸서 열무와 얼갈이를 한 단씩 샀다. 엄마는 오전 내내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했다. 머리카락이 빠질까 봐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고 김치를 담그는 엄마의 모습이 그냥 좋았다. 입맛을 잃어 간도 보지 못하는데도 엄마의 김치는 늘 내 입맛에 딱 맞는다. 가끔은 나를 불러 대신 간을 보라고 하시지만, 그때마다 한 번도 내가 ‘훈수’를 둔 적은 없다. 운동도 강도 높게 했고, 장도 봤고, 김치도 담갔고, 이불 빨래도 마쳤으니 오늘은 시간을 알차게 쓴 셈이다. 평온한 하루였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청명한 가을 햇살 아래서 엄마와 함께 산책하면 딱 좋았을 그런 날, 내가 곡식처럼 영글어가는 느낌을 받은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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