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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쓸쓸한 헬조선의 민낯들 본문

일상

쓸쓸한 헬조선의 민낯들

달빛사랑 2019. 11. 19. 22:00

내주(來週) 월요일이 마감인 원고의 초고를 써놓고 미장원엘 갔다. 왜 그렇게 머리칼은 빨리 자라는 것인지. 숱이 많고 모발에 힘이 있을 때는 머리가 길어도 그리 지저분해 보이지 않아 신경 쓸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2주에 한 번 꼴로 미장원엘 간다. 그래야만 쉰내 나는 중년의 모습을 조금은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용 때문이 아니라 '쉰내' 때문에 이발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 쓸쓸한 일이다. 그러나 세상의 쓸쓸함에 비한다면 나의 이러한 쓸쓸함은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먼 바다를 항해하던 선박은 이국에서 나포되고, 그리 멀지 않은 이국의 젊은이들은 사선을 넘나들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들의 지향과 기치가 체제를 수호해야 하는 모국의 입장과 어떻게 배치되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폭력 앞에 맨몸으로 노출된 그들의 피가 틔는 현실은 안타깝고 쓸쓸하다. 체제와 통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균열조차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겠으나 그것을 위한 방법이 고작 비무장 군중에 대한 가공할 폭력의 행사라니, 대국의 자존심은 개에게 줘버렸단 말인가. 명분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중국공산당은 스스로의 두려움을 만천하에 표백(表白)해 버릴 꼴이 되어버렸다. 인민을 위한 당과 공권력이 더 많은 인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비무장 인민에게 총칼을 겨누는 이 쓸쓸한 체제의 역설이라니…… 하긴 이미 천안문에서 체제를 거부하는 3천의 시위대를 탱크와 군화발로 밀어붙인 당과 물리력이니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국내의 현실도 쓸쓸한 것은 마찬가지다. 강남역 철탑 위에는 수백 일째 목숨을 걸고 투쟁 중인 삼성노동자가 오늘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다. 그를 더욱 쓸쓸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겨울바람이 아닐 것이다. 동지들의 무관심과 삼성의 파렴치함과 모르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회의 무관심이 그를 더욱 힘들고 쓸쓸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정신 나간 개신교 목사 하나는 연일 망언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 중인 현실, 그 쓰레기의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들은 천연덕스럽게 사이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 연단에 올라 만세삼창을 해대는 현실, 개혁대상인 검찰이 개혁의 최종 감시자인 국민을 오히려, 당당하게 기만하는 현실, 강도 미국은 방위비를 터무니없이 요구하며 생떼를 부리고 있는 현실, 쓸쓸하다. 헬조선의 이 흉측하게 버라이어티 한 민낯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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