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드디어 우리의 여름은 갔다 본문
-혹시 김초무침 알아? 그게 먹고 싶어.
-그럼 알지. 파래초무침하고 비슷한... 근데 애 섰어? 갑자기 웬 김초무침.
-아직 안 나왔을 거야. 좀 더 추워져야 해. 시골집 바닷가에서 손 호호 불며 땄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 돌아가신 분 자꾸 그리워하면 내가 죽는대. 죽은 사람이 돌아올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세상의 시인 중 8할은 이미 죽었을 거다. 그리움은 자연스러운 거지.
-영양제 맞다가 혈관이 아파서 포기ㅠ. 항암을 하면 혈관이 약해진다네.
-먹는 약은 없나. 한방병원이면 좋은 약도 많지 않나.
-약도 싫어. 이름하야 약 대첩. 그나저나 달은 빛이 없어? 햇빛이 반사되는 거야?
-초등학교 자연 상식 아냐? 상대가 필요한 위성이지.
-실망이야. 그래도 은장도나 은밀한 사랑 편지는 달빛에 꺼내봐야 하는데.....
-무수한 별들도 마찬가지라서 덜 억울하겠지. 달만 빛이 없다면 얼마나 슬프겠어.
-결핍은 절대적인 거야. 연대한다고 덜 슬프나 뭐.
-심리적 위안은 되는 법이지.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면 더욱 슬프잖아.
-암을 보면 그렇긴 하네.ㅎ
정양(靜養) 중인 후배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한낮의 쨍쨍한 햇볕과는 무관하게 여름은 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추위 타는 후배가 견뎌야 할 혹독한 시간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더욱 스산할 나의 시간도 지근(至近)합니다. 이렇듯 또 한 계절은 저 혼자 물러가고 우리는 새로운 계절 앞에 서있습니다. 하늘은 낮게 내려앉고 바람은 스산한, 문 닫은 단골술집 창문 안쪽 같은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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