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마감을 지키고 영화를 보는 일, 소소한 즐거움이지 본문
아침부터 오후 2시까지 황해미술제 기획의도와 시작품들의 출품원서를 작성하느라 꼬박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했던 글을 완성하고 보니 마음이 날아갈 것 같이 가벼웠다. 글쟁이들은 마감을 어기지 않고 글빚을 청산하게 되었을 때 무엇보다 기쁘다. A4용지 5장 분량이면 결코 짧은 글이 아니지만, 그동안 자료를 모아두고 틈틈이 글의 전개 방향을 구상해 두었기 때문에 완성하고 윤문하는 데까지 세 시간 정도 걸렸다. 다른 때 같으면 글 하나를 완성하면 반드시 ‘주점 갈매기’에 나가 술을 마셨는데 오늘은 그냥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보냈다. 금요일에 후배 상훈이와의 술 약속도 있고 내일 아침 일찍 다인아트에 교정보러 가야 했으며 오후에는 재단에서 회의도 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느긋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The Shape of Water : 사랑의 모양’. 무척 아름다운 영화였다. 게다가 주인공은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샐리 호킨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색다른 러브스토리였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타지는 철저한 현실에 바탕을 둔다.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세상, 괴생명체와 청소부의 사랑은 소외받는 이 사회에 핀 소중한 꽃이자 희망이다. 그럼에도 그저 원론적인 가치를 설파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말그대로 델 토로가 구사할 수 있는 온갖 영화적인 장치와 상상력, 기술적 구현의 집대성이다. 뭣보다 와 <가위손> <미녀와 야수>같은 영화들에 더해진 관능적인, 어른의 연애를 바탕으로 묘사하는 지점까지 한순간도 흥미로움을 놓치지 않는다. 샐리 호킨스의 사랑을 부르는 마술같은 연기와, 그가 사랑하는 ‘더 띵’(더그 존스)의 강인하고 섹시한 모습이 영화를 풍성하게 해준다. 델 토로 감독이 기대도 않았던 이 세상 최고의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낸게 틀림없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사랑의 모양을 보여주는 영화이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영화의 가장 궁극적인 모양이기도 하다.”―<씨네21>기자 이화정 씨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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