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리뷰]『시간을 담은 길』, 배성수, 글누림. 2016 본문
오늘 하루 종일, 『시간을 담은 길』(배성수 지음, 글누림. 2016)을 따라 인천을 여행했다. 인천과 서울을 잇는 대표적인 도로, 경인가로―이 책에서는 인천시 중구 항동에서부터 시작하여 부평구 구산동 경인가로 인천구간의 마지막 지점까지 다뤘다―를 따라가면서 그 길과 더불어 생성되고 변화되고 결국은 역사가 된 인천의 이야기들을 추체험해 나가는 과정 내내 '나는 내가 사는 인천에 대해 너무도 몰랐구나' 하는 자괴감이 떠나질 않았다. 55년 이상을 인천에서 살아 온 나는 그 누구보다 '인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그 부끄러움은 한층 더 컸다고 하겠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해서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감동과 재미와는 별개로 고향인 '인천'에 대해 한없이 미안했고, 동시에 이런 지난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을 성과적으로 해 낸 저자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게 틀림없다. 모름지기 인간의 삶은 길 위에서 이루어지고 길 위에서 마감된다. 길은 인간의 역사이자 문화의 근간이며 그 위를 걸어간 뭇사람들의 삶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역동적인 현장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경인가로를 따라 걸으며 개항 이후 인천과 서울을 잇는 주 통로로 사용되었던 그 길로 사람과 차가 여전히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길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쓰임에 따라 넓어지거나 변형될 수는 있어도, 지도에서 길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대규모 택시 개발 사업으로 인해 길은 물론 공간 전체가 없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130년 전 서울을 오가는 사람이 밟았던 그 길을 지금 사람도 똑같이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길에 서서 주위를 가만히 살피다 보면, 조금만 것이라도 그 시절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길은 시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저자의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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