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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아버지를 추억하다... 본문

일상

아버지를 추억하다...

달빛사랑 2009. 6. 25. 18:28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점심 먹고, 아버님 묘소에 다녀왔다.

얼마 전 들렀을 때 화병의 꽃들이 바람과 먼지로 인해 탈색되고,

때가 타 보기 흉하게 변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공원입구에 도착해서 조화 두 다발을 샀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빨간색꽃과 흰색꽃 각각 한 다발씩.....

늘상 겪는 일이지만... 묘지 앞에 서기만 하면 밀려오는 회한에 눈물이 난다.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하는 내 삶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이고,

'생전에 왜 그리 아버지를 힘들게 했을까'하는 자식으로서의 죄책감,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 된 지금에야 비로소 아버지 맘을 이해할 것 같은데...

아버지는 저렇듯 땅 속에서 말이 없으시니... 내 지난 세월의 패륜을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란 말인지.... 묘지 옆 나무 그늘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우며 하늘을 보니, 하늘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 한 점 없이, 천연덕스럽게 맑기만 한 하늘이 괜스레 얄미웠다.

 

 

아버지....

젊어 고향을 떠나 객지를 휘돌며 바람이 된 사람

바람이 되어 늘 거인족들의 발자국을 따라

거인이 되기를 꿈꾸던 사람

결국 쉰이 넘어서야 바람이 된 자신을 품어줄 곳은

평범한 고향의 가족들 뿐임을

비로소 깨닫고 눈물 흘린 사람, 그러나

돌아온 고향의 논밭을 걸을 때면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던 사람, 그리고

말년에는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깨지고 엇물린 꿈들을 꿰어 맞추며

별로 이루어진 적이 없는, 그래서

더욱 포기하지 못하는 꿈을 위해

긴긴 기도를 드리던 아버지...[달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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