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꽃샘추위, 3월의 대설주의보 (3-18-화, 눈 내리고 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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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에 만난 대설주의보라니
시국이 뒤숭숭하니 날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오겠지만,
기지개를 켜다가 갑작스러운 빙설에 놀라
다시 한껏 움츠린 꽃나무 여린 새순의
화들짝 겁먹은 모습이 안쓰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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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섣불리 용서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아침에 일어나니
마당에 서리가 하얗다
엊그제 녹았던 진강산 계곡물도
지금은 깜짝 놀라
다시 부동자세가 되었다
죄짓긴 쉬워도
용서받긴 이렇게 등 시리구나
들녘의 아지랑이가 세상을 다 보듬는다 해도
나는 아직 때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 복판에 쇠말뚝을 박은 죄,
불타고 남은 잿더미 앞에서
너무 빨리 당신의 이름을 지운 날들을
더 많이 울어라는 말씀일 게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까지 가까워지던 산이
오늘은 두어발짝 멀어졌다
❚황규관, ‘꽃샘추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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