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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추운 겨울밤, 선배들과 1, 2, 3차! (2-5-수, 맑음) 본문

일상

추운 겨울밤, 선배들과 1, 2, 3차! (2-5-수, 맑음)

달빛사랑 2025. 2. 5. 23:18

 

예정에 없던 만남이었다. 365일 술 마시지만 건강은 나보다 좋은 수홍 형이 연락하지 않았다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영하 12도,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다. 오후에 전화한 수홍 형은 “올해 들어서 우리 만난 적 없지?”라고 묻더니 앞뒤 다 잘라내고 대뜸 “어디서 볼까? 갈매기 아니면 인천집?”하고 물었다. 인천집을 좋아하는 형이 갈매기를 선택지에 넣은 건 나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내가 아무 곳이나 괜찮다고 했더니 형은 “나 소장도 같이 보려고 하는데, 괜찮지?”라고 다시 물었다. 그 물음에도 나는 “상관없어요. 준식 형(나 소장)과 연락해서 장소 확정되면 전화 주세요” 했는데, 전화를 끊은 지 1분도 안 되어 ‘6시 갈매기’ 하는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수홍 형과 준식 형은 나와 만난 지 얼추 40년 된, 혁명을 꿈꾸던 시절의 노동운동 동지들이다. 수홍 형은 경인일보 사업본부장을 하다가 정년퇴직했고, 준식 형은 인하대 후문에서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하다가 그만둔 후 30년 가까이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 20대에 만나 함께 활동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여 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에 태어난 자식들이 30대가 훌쩍 넘어버렸으니 정말 만만찮은 세월이 흐른 것이다. 다만 은퇴하든 아니면 운 좋게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든 우리는 정말 우아하고 격조 있게 늙고 싶었다. 그런데 최근 윤 씨 부부로 인해 60대의 삶이 무척 버라이어티해졌다. 지루하지 않아서 고맙긴 하다만 이런 식으로 다채로워지고 싶었던 건 아니다.

 

갈매기 종우 형으로부터 장사가 너무 어렵다는 푸념을 들으며 술 마시기 시작했는데, 웬걸, 한 우리가 만난 지 40분쯤 지나면서 손님이 들어차기 시작해서 금방 홀이 만원이 되었다. 손님들의 연령층도 한결같이 젊어 보였다. 경영이 어렵다는 말이 무색해 보였는데, 그런 일은 사실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그럴 때마다 (어렵다고 푸념하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찰 때) 종우 형은 “계봉 씨가 손님을 몰고 오나 봐요”라며 멋쩍게 웃곤 한다. 실제로 어려운 건 사실일 것이다. 내가 인천집에서 사람을 만날 때 슬쩍슬쩍 갈매기를 넘겨다보는데 그때마다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심지어 어제는 한 테이블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내가 가면 갈매기는 자주 만원이 되곤 한다. 그야말로 갈매기의 ‘만원 요정’이 아닐 수 없다.

 

2차로 ‘비틀스’에 들러 음악을 듣다가 3차로 간석동 카페 ‘산’까지 들렀다. 택시 안에서 ‘산’에 전화했더니, 사장인 후배 성식은 “얼른 오세요. 혁재도 와 있어요” 했다. 오랜만에 선배들을 만나 반가웠는데 보너스로 혁재도 보게 되었다. 사실 혁재는 월요일에도 만석동에서 (병균, 로미와 더불어) 만나 술 마셨다. 아무튼! 맥주 두어 병을 마시다가 형들은 먼저 갔다. 날이 추워 그런지 ‘비틀스’도 그렇고 ‘산’도 그렇고 손님이 없었다. 그래서 일찍 문을 닫고 간석오거리로 이동해 혁재가 사주는 순두부 백반을 먹었다. 자신이 꼭 사주고 싶다며 혁재가 데려간 식당은 24시간 영업하는 백반집이었는데, 내 생각에는 로미와 간석동 모텔에서 자게 되었을 때 자주 들르던 식당이었을 것이다. 혁재 말대로 음식들이 (반찬과 메인 음식 모두) 깔끔하고 맛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순두부를 먹었다. 술이 다 깨는 느낌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성식이가 자신의 차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를 내려준 후 혁재도 문학동까지 데려다주고 갔을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3차(次)로 ‘산’에 들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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