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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알코올 의존증 돼지 잡기의 번거로움 (1-15-수, 맑음) 본문

일상

알코올 의존증 돼지 잡기의 번거로움 (1-15-수, 맑음)

달빛사랑 2025. 1. 15. 22:11

 

아침에 용산의 알코올중독자가 공수처 수사관들과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수많은 국민이 노심초사하며 그의 체포 과정을 지켜봤다. 중화기를 들고 다니며 마치 무력도 불사할 것처럼 실력행사를 하던 경호처 직원들은 막상 경찰이 진입하자 순순히 체포에 협조했다. 다행히 경호처에는 차장 김 아무개처럼 권력의 개가 된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혹시라도 상황 판단을 잘못한 직원이 돌발행동을 해서 경찰과 경호처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며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국민은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알코올릭 돼지는 우리에서 끌려 나오면서도 온갖 요설을 내뱉어 국민의 짜증을 가중했다. 자기는 잡혀가는 게 아니라 자진 출두하는 거라나 뭐라나. 요망한 돼지의 친구인 돌(石) 변호사는 범법 운운하며 자기 친구를 변호했는데, 그 변호의 말 또한 술꾼 돼지의 요설처럼 황당무계해 많은 법조인과 국민의 비웃음을 자초했다.

 

다만 나는 저쪽 사람들의 다채로운 허튼짓을 보면서 요망한 돼지가 체포는 되었다지만 탄핵이 인용되어 감옥에 갈 때까지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잔당들의 저항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고, 타락한 삯꾼 목사 전모 씨의 엽기적인 행태도 늘 예상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민주주의 옹호 세력들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왜 내가 내 나라 내 땅에서 꼬박꼬박 세금 내고 살아가며 이런 짜증스러움과 마음고생을 겪어야 하는지 답답하면서도 억울하다. 한겨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노인네들과 군복 입고 선글라스 낀 채 맹목과 맹종의 춤을 추는 저 수많은 ‘아큐(亞Q)’는 또 어찌해야 좋을까? 알코올에 찌든 돼지 한 마리 잘못 만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녁에는 인천집에서 후배 상훈과 한오를 봤다. 상훈의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돼지 포획 작전 과정을 시청하느라 새벽부터 잠을 못 자서)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다음에 만나자고 할 참이었는데, 내가 이뻐하는 한오도 나온다고 해서 ‘귀중한’ 시간을 냈다. 한오는 얼마 전 사업 파트너가 투신자살하는 바람에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늘 밝고 예의 바른 후배인데 그런 불행을 만나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본 지도 오래되었고 위로도 해줄 겸 만난 것인데, 오늘 보니 평정심을 많이 회복한 듯 보였다. 다행이었다. 상훈이는 여전히 사업 아이템에 관해 이야기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그럴듯했으나 딱히 돈은 안 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인천집에서 우연히 문화재단 본부장 K와 팀장 N을 만났다. 그들이 먼저 와 있었던 모양인데, 들어갈 때는 못 봤고, 화장실 가는 길에 나를 발견한 N이 인사를 해서 알았다. 특히 K는 내 고등학교 후배이자 한오와는 동창이다. 그래서 인천집을 나와 2차 맥줏집에 갈 때는 (N은 먼저 가고) K가 우리와 합류했다. 상훈이가 취한 것 같아서 다른 때보다 일찍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집에 와서 남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뭔가 1월 중에 많은 변화가 있을 거 같은데,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변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밥맛없게 생각했던 몇몇 지인조차 용서할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알코올 돼지를 체포한 날 아닌가?

 

운준의 전화를 받았다. 요양원에 있던 아버지가 현재 인하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상태가 무척 위독한 모양이었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니 맘 단단히 먹고 이후의 일들을 하나하나 미리 생각해 놓으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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