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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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해마다 이맘때 생각나는 아버지 (11-14-목, 흐림)

달빛사랑 2024. 11. 14. 10:39

 

 

날이 흐렸다. 출근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으나 점점 하늘이 낮게 내려앉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해 공기청정기와 난방기를 켠 후, 공기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며 주식 시황을 살펴보기 위해 휴대전화 어플을 켰다. 오늘은 2025학년도 수능일이라서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10시에 개장한다는 팝업이 떴다. 커피를 타 마시며 뉴스를 검색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민주당에서는 김건희 특검 안건을 세 번째로 다시 상정할 것이고 국민의힘에서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을 거라는 뉴스가 메인이었다. 하이에나들이 썩은 먹이를 두고 다투듯 일 년 내내 민생을 팽개친 채 벌이는 그들의 개싸움이 너무 지겹다. 동색(同色)들끼리 벌이는 싸움이 처음에는 한심했고, 이후에는 짜증과 분노가 몰려왔으며 최근에는 기가 막혀 헛웃음만 나온다. 최악(最惡)과 차악(次惡)의 다툼인 듯하나 사실 그들은 본질적으로 하나다.

 

주식은 개장 초반 전 종목 파란색이었는데, 10시 30분쯤 다시 살펴보니 이번에는 모든 종목이 빨간색이었다. 삼성과 카카오 두 종목에서만 100만 원이 올랐다. 하지만 요 며칠 워낙 많이 떨어져서 여전히 손실금은 600만 원대다. 이 손해를 회복하려면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할 듯해서 앞으로는 조바심 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려고 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바닥을 찍었으므로 더는 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삼성과 카카오가 부도날 가능성이 희박하니 기다려 볼밖에.


 

오래전 대입학력고사 보던 날, 아버지께서는 내 고사장까지 따라오셔서 1교시 국어 시험이 끝날 때까지도 가지 않고 교문과 담장 근처를 서성거리시며, 가끔 가치발로 교사를 올려다보거나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곤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고맙고 맘이 먹먹해지는 정경이지만, 당시의 나는 그런 아버지가 무척 신경 쓰였다. 2교시 시험이 끝났을 때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비로소 맘이 편해졌다. 2교시 과목인 수학은 모의고사 볼 때마다 점수가 가장 안 좋았던 과목이었는데, 집에 돌아와 가채점해 보니 평소보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점수가 잘 나왔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가족들이 모였을 때, 아버지가 학교까지 오셨던 이야기를 했고, 내가 수학을 잘 본 건 아마도 아버지의 정성과 기도 덕분일 거라고 말했더니 과묵하셨던 아버지는 무척 머쓱해하셨고, 엄마와 누나는 동시에 '아멘' 하며 웃으셨다. 대학 시절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버지와 자주 다퉜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이렇듯 닭살 돋는 립서비스도 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아버지가 무척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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