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그럼 그렇지, 몸살! (7-11-목, 흐림) 본문
새벽녘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와 잠이 깼다. TV 모니터에서는 유튜브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화면 속에서는 축구선수 이영표가 뭔가에 대해 단호한 자기 견해를 밝히고 있었다. 자동으로 설정해 놓은 에어컨은 미지근한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리모컨을 눌러 온도를 1도 낮췄다. 잠결에도 내가 내는 신음(呻吟)이 들렸다. 오른쪽, 왼쪽 뒤척일 때마다 끙끙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눈꺼풀 위에 앉은 새벽잠을 미약하게나마 몰아냈다.
목은 아프고 기침은 나오는데 가래는 나올 듯 나올 듯하면서도 나오지 않았다. 기침을 깊게 해서 가래를 떼어낼 생각으로 나오는 기침을 일부러 모았다. 눈을 감은 채 일어나서 냉장고로 가 판피린 한 병을 또 먹었다. 그리고 뜨거운 물로 간지러운 목을 축였다. 창밖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지만, 시각은 막 5시를 지나고 있었다. 소변을 보고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한 시간쯤 지나서 선잠이 들었고 그렇게 한 시간쯤 자고 나서 잠이 깼다. 혈압약과 고지혈 약을 먹고 루테인과 비타민을 먹었다. 주방으로 가서 분말 단백질을 물에 타 마셨다. 한동안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약을 먹으려면 뭔가 위장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마신 것이다. 블루베리도 먹으려다가 차가워서 그만두었다.
몸살이 왔을 때 실내 자전거를 타도 되는지 인터넷에 검색했다. 근육통이 심하거나 열이 많으면 쉬는 게 좋고, 초기 감기나 몸살이면 오히려 무리하지 않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했다. 그래서 실내 자전거에 올라 30분 운동했다. 땀이 적당히 흘렀다. 샤워는 다른 때처럼 찬물로 하지 않고 미온수로 했다. 나중에는 어떤 상태가 되려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샤워할 때만큼은 개운했다.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하는데 다리가 휘청거렸다. 약속만 아니었다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을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다. 1년에 한 번은 꼭 여름 감기와 몸살을 앓는다. 올해는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예외는 없었다. 그래도 독감이 아닌 게 어디냐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점심에 다인아트 윤 대표와 함께 권 선생을 만났다. 책에 관해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모처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윤 대표는 출판 전문가답게 향후 일정과 권 선생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고, 출판기념회의 형식과 방법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권 선생도 매우 흡족해 하는 표정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권 선생이 안내하는 근처 식당에 들러 대구지리탕을 먹고 헤어졌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청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왔다. 윤 대표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오자마자 세수만 하고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뒤척임도 없이 그대로 잠이 들어 어두컴컴해질 때 잠에서 깼다. 휴대전화를 열어 보니 권 선생으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분 참 귀여우신 분이군'
그나저나 오후부터 초저녁까지 내처 잤는데도 또 졸립다. 아직 10시도 안 됐는데, 지금 자다가 새벽에 깨면 낭패인데...... 아무튼 몸이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졸음이 올 때는 자야지. 잘 됐다. 며칠 잠을 설쳤는데, 핑곗김에 푹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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