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흐린 주말 오후를 통과하는 법 (7-13-토, 흐림) 본문
주말, 나의 지인들은 페북을 비롯한 각종 SNS 속에서 모두가 분주했다. 끼리끼리 모여 술 마시거나 고기를 굽고, 술잔을 부딪치며 환하게 웃는 사진들이 속속 올라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척추 장애 시인 명수와 시각 장애 시인 병걸이가 은준이와 함께 고기를 굽거나 잔을 높이 치켜들고 있는 사진은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날이 궂거나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면 시각장애인인 병걸이의 하루를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정작 그는 유쾌하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데 괜스레 내 쪽에서 지레 연민하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해지곤 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그의 얼굴을 보면 다시 또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심지어는 '네 코가 석 자잖아. 그런 네가 누굴 연민해' 하면서 애써 위악적인 포즈를 취해보지만, 명수와 병걸을 보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오후에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뒤적거리다 낮잠을 잤고, 밤에는 유튜브를 보거나 TV 오락프로를 시청했다. 그러던 중 미국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가 총격을 당했다는 뉴스 속보를 보았다. 정국이 콩가루인 것과 쓸 만한 인재가 없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80이 넘은 노인네들이 일국의 수장이 되어보겠다고 저리들 난리인 걸 보며 인간의 탐욕, 그중에서도 노탐(老貪), 노욕(老慾)은 답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동은 이미 불바다가 되었고, 아메리카는 답이 없고, 세계 곳곳에는 이상기후와 종말적 상황 같은 재해들이 빈발하고 있으며, 한국은 무지막지한 밥통(統)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형국이니 지옥이 따로 없구나. 그리하여 나는 할 수 없이, 매우 치사한 방법으로 이 여름을 통과하려 한다. 철저한 무관심! 이기적인 침묵으로 계절을 견딜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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