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평온한 금요일 (7-12-금, 흐림) 본문
오전에 장을 본 거 말고는 종일 집에 있었다. 감기몸살은 누그러진 듯싶었다. 간간이 기침은 나왔으나 참을 만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어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생활했다. 몸살이 내게서 쉬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 나쁜 공기와 에어컨 때문일 것이다. 알면서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는 게 더위를 많이 타는 나의 불행이다. 머리로는 환경을 걱정하면서도 몸으로는 그 환경을 지속해서 파괴하는, 모순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계절, 그래서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름은 자주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진안에 사는 영택 희순 커플이 인천에 왔다며 전화했다. 민예총에 볼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만나자고 했더니, 창길 커플과 버텀라인 공연을 예약했다기에 다음으로 미뤘다. 영택이는 "형이 한 번 진안에 내려와요" 했고, 나는 "그럴게" 했다. 하지만 사실 언제쯤 진안에 내려가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건 그저 치레로 한 말임을 택이도 알고 나도 안다. 그런 치레조차 이해할 수 있는 게 우리 사이다.
저녁에는 거실에 나와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오전에 장 봐온 순대와 곰탕 국물로 나만의 순댓국을 끓여 먹었다. 단골 채소 가게에서 수박을 만 원에 팔고 있었는데, 무거워서 구매를 포기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그 수박이 자꾸만 생각났다. 오늘은 오이와 고추, 깻잎만 살 생각으로 쇼핑 카트를 가져가지 않았다. 오전부터 날은 푹푹 찌고, 땀은 뻘뻘 나고, 수박을 들고 올 엄두는 나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가면 수박을 꼭 사 와야겠다. 그나저나 다음에도 수박 값이 만 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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