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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어제의 만남과 음주에 관하여 (6-19-수, 맑음) 본문

일상

어제의 만남과 음주에 관하여 (6-19-수, 맑음)

달빛사랑 2024. 6. 19. 13:45

 

 

어제 퇴근 무렵 문학동에 있는 혁재와 연락이 되어 신포동 ‘굴따세’에서 만났다. 갈매기에서 보려다가 어차피 혁재는 만석동 작업실에서 잘 것이고, 오랜만에 자운 누나도 볼 겸해서 신포동에서 보기로 한 것이다. ‘굴따세’는 굴보쌈으로 유명한 식당이지만, 굴이 나오지 않는 철이라서 홍어삼합 대(大) 자를 시켜서 막걸리와 함께 먹었다. 양도, 맛도 만족스러웠다. 가격(53,000원)이 다소 있는 편이었지만, 양을 생각하면 비싼 게 아니었다. 셋이 먹기에 푸짐했다. 막걸리는 6병을 마셨으니 한 사람당 2병씩 마신 셈이다. 안주가 좋아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신포동에서 술 마실 일이 있으면 자주 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계산할 생각하고 안주를 고른 건데, 내가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미안하게도 누나가 계산을 해버렸다. "불러주니 고맙잖아요" 누나의 말이었다. 

 

어제 만난 혁재는 늘 그랬던 것처럼 봉두난발이었고 통 넓은 바지에 와이셔츠를 걸쳤으며 샌들을 신고 있었다. 자운 누나는 약간 말라 보였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혁재 말에 의하면) 서너 달 전부터 어렵게 꼬인 모종의 문제로 인해 몸도 맘도 무척 힘들어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으므로 일부러 누나에게 묻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이 들어 그런가 이전과는 다르게 대화가 자주 건강 쪽으로 빠지기 일쑤였다. 누나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우리가 나이 먹긴 먹었나 봐요"라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우리가 나눈 대화의 주제는 대체로 정치와 사회, 그리고 인천에 관한 것들이었다. 정치 이야기는 재미없지만,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 '무식한 권력'에 관한 세 사람의 일치된 견해는 확실히 술을 당기게 만들긴 했다. 물론 유쾌한 술이 아니라 홧술이지만. 

 

'굴따세'를 나와서 신포시장 쪽으로 걸어가다가 '신포주점'에 들어갔다. 그리 좋아하는 술집은 아니었지만, 근처에 들를 만한 막걸릿집도 딱히 없었고, 2차는 내가 살 생각으로 일단 들어간 것이다. 손님이 없어 호젓했다. 이곳에서 마신 술의 양과 안주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그곳을 나온 후 지금은 없어진 옛 가톨릭회관 앞(신포시장 맞은 편)에서 15번 버스를 타고 집에 온 건 기억난다. 누나는 택시를 불러줄 테니 택시 타고 가라고 강권했지만, 사양했다. 늦은 시간에는 손님이 없어 버스가 그냥 통과하는 정류장이 많아 택시보다 많이 느리지 않다. 집에 도착하니 11시 35분, 문을 닫고 출근했던 터라서 현관에 들어서니 단독주택 특유의 열기가 훅하고 느껴졌다. 에어컨을 켜고 샤워를 한 후 유튜브를 켜놓고 잠이 들었다. 


원래 오늘은 특보단 오찬이 예정되어 있었다. 전전 비서실장 홍 모씨가 '일부러' 불러 모은 식사 자리였고, 그 자리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지만, 어제의 숙취가 오전에는 남아 있어 참석하지 않았다. 종일 집에서 라면 먹고, 곰탕면 먹고, 아이스크림 먹으며 보냈다. 운동은 3시간 했다. 

 

후배 조 모 시인의 미투 시에 관한 기사가 경인일보에 실렸다. 가해자로 지목된 고인 쪽 사람들, 이를테면 미망인, 추모사업회, 그의 이름이 붙은 문학상 수상자 등이나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조 시인 쪽이나 얼마간 확전을 삼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 기사는 그렇게 내연하고 있던 사건의 트리거가 될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은  터질 일이긴 하다. 상처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적게 나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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