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비를 기다리는 마음 (6-20-목, 맑음) 본문
해마다 이맘때면 비를 기다린다.
한 곳에 오래 붙박여 살지 못해
이 마을에 내린 나의 뿌리는 깊지 않고
이곳의 시간은 떠날 때를 알려준 적 없으나
가진 것 없어 둥둥 떠다니기에 익숙한 나의 몸은
의식하지 않아도 비의 때만큼은 정확히 안다.
비의 때가 되었음을 몸이 기억한다.
온몸의 세포는 식물의 물관처럼 긴장하고
언제라도 빗물에 녹아들 수 있도록 풀어진다.
내가 푸딩처럼 말랑말랑 해지는 때
내가 가장 유순하고 너그러워지는 때.
종일 집에서 먹고 자고 운동하고 유튜브 보며 지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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