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사회적 동물로 사는 일의 어려움 (9-11-월, 맑음) 본문

오전부터 비서실에서 끊임없이 일거리가 넘어왔다. 명절을 앞두니 청(廳)과 감(監)의 이름으로 나갈 문서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담당 부서 장학사가 1차 작성한 문건들은 하나같이 엉성하고 비문들이 많아서 결국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다. 다행히 예전에 써놓았던 추석 관련 글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어서 몇몇 부분의 표현을 재활용했다.
오늘은 구내식당에서 식사했다. 메뉴가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흑미, 현미, 알탕, 버섯볶음, 두부조림이 나왔는데, 모두 혈당에 좋은 음식들이다. 사과도 나왔지만, 식사 중이나 식사 직후에 먹는 사과는 혈당을 올릴 수 있기에 먹지 않았다. 다만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니 자꾸만 눈치가 보인다. 직장에서는 대개 부서 직원들이 함께 밥을 먹는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 비서실 식구들과 함께 식사했지만, 그들과 나의 식사 속도 차이가 너무 커, 어느 날 내가 따로 먹자고 말했다. 나는 식사를 마치려면 적어도 30분 이상이 걸리는데 비서실 후배들은 10분이면 다 먹는다. 그럼 나는 그들의 눈치가 보여 밥을 서둘러 먹게 되고 밥맛은커녕 자칫 체할 지경이 되곤 했다. 그래서 혼자 먹기 시작한 건데, 호젓하게 식사하니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어서 좋긴 하지만, 이번에는 또 왕따당하는 사람처럼 오해받을까 봐 그것이 신경 쓰인다. 이렇게 주견이 없어서야 원. 하긴 모든 상황이 어찌 매번 나를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가끔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심리 상태가 이전과 달라 변덕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고. .
수술받은 오른쪽 잇몸 때문에 여전히 한쪽 얼굴이 사탕 문 것처럼 살짝 부어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완화되고 있다. 다행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두어 시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편안하다. 내일은 본래의 얼굴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으려나. 부기를 염두에 두고 부분 틀니를 수정해 놨으니, 부기가 빠지면 임시 틀니를 원상복구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병원에서는 별 말이 없는 거지. 내일이나 모레쯤 치과에 들러 소독도 하고 실밥도 뽑고 상태를 점검받아야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비 종일 내리다 (9-13-수, 비) (0) | 2023.09.13 |
---|---|
좌식 실내자전거 도착! (9-12-화, 맑음) (0) | 2023.09.12 |
그래도 나는 이 가을이 좋아요 (9-10-일, 맑음) (0) | 2023.09.10 |
아들 생일ㅣ실내자전거 구매 (9-9-토, 맑음) (0) | 2023.09.09 |
통증에 관한 주관적 보고서 (9-8-금, 맑음) (0) | 2023.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