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후배들과 장어를 먹다 (8-3-목, 맑음) 본문
현식, 영필 등 제고 후배들과 만수주공1단지아파트 정문 근처 장어구이 집(‘힘센풍천장어’)에서 오랜만(얼추 3주 만인 것 같다)에 장어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오늘 자리는 영필이 마련했다. 영필의 딸이 얼마 전 치른 교육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최종 면접을 남겨 놓고 있는데, 딸도 아비도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직원 면접을 많이 해본 현식과 내게 조언을 구한다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현식과 나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경험치를 치를 총동원해 있을 수 있는 상황과 질문을 가정하여 상세하게 조언해주었다. 영필도 다소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뭔가라도 했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플라세보일 것이다.
오늘 우리는 소주 1병, 사이다 1캔, 장어 3kg을 먹었다. 술을 못 마시는 영필은 (약사인 그는 몇 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난 후 술을 끊었다) 사이다를 마셨고 현식과 내가 소주 1병을 나눠 마셨다. 오늘 알게 되었는데, 현식이도 당뇨약을 먹은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혈당 관리를 한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수치를 물어본 후, “에이, 형이 무슨 당뇨예요? 난 당화혈색소가 11도 넘었고 혈당도 장난 아니었어요.” 하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알아. 하지만 나는 당뇨 환자에 준하는 긴장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해. 그동안 너무 몸을 망가뜨려 왔잖아.” 했더니 그는 “좋네요. 그건 정말 잘하신 일이에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만수역까지 걸어와 현식과 헤어졌다. 현식은 소화도 시킬 겸해서 좀 걷다가 전철을 타겠다며 눈앞의 만수역을 놔두고 모래내시장역 쪽으로 걸어갔다. 집으로 가는 길, BYC 뒤쪽 먹자골목 안 술집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손님들로 붐볐다. 나도 얼마 전까지 그 무리 속의 한 사람처럼 혁재를 비롯한 후배들과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여름밤을 견뎠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체중을 재니 68.2kg, 생각보다 늘지 않았다. 샤워도 하지 않고 30분간 실내 자전거를 탄 후 혈당을 재보니 96, 어랏, 왜 이렇게 좋은 거지? 소주도 몇 잔 마셨고 기름진 장어도 1kg이나 먹었으며, 각종 반찬, 이를테면 절인 깻잎, 절인 파, 백김치, 생강 등도 많이 먹었는데 혈당이 96이라니, 의아했지만 일단 기뻤다. 믿어지지 않아 몇 차례 반복해서 쟀는데도 수치는 비슷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장어가 본래 혈당을 높이는 음식이 아닐뿐더러 지방도 불포화지방이라서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이라고 한다. 하, 그래서 장어가 비싼 건가. 아무튼 다행! 다만 10시쯤 되었을 뿐인데, 맹렬하게 졸리다. 수면 사이클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이것 또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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