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봄날처럼 포근했던 일요일 (11-20-일, 맑음) 본문
봄날처럼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11월의 날씨가 이렇게 따듯해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했던 하루였습니다. 가을은 아직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책상 앞 창문을 종일 열어놓고 컴퓨터를 했는데도 추운 줄을 몰랐으니까요. 오전에는 잠깐 마트에 들러 간단한 장을 봤습니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집 앞 정통 중국인 식당인 ‘전가복’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오늘도 붐비더군요. 정작 나는 바로 집 앞인데도 그곳에 간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동네인 혁재 커플과 두어 번 갔던 적은 있지요. 나 같은 ‘막입’에게는 ‘과연 이 짜장면이 한참을 줄 섰다가 먹을 만큼 맛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이 까다로운 혁재나 은준이는 상당히 높게 평가하더군요.
전가복 맞은편 ‘콩세알 도서관’ 앞을 지날 때 형진이 형을 생각했습니다. 어제 갈매기에서 만났을 때 형진이 형은 김장김치와 총각김치를 담아줄 테니 화요일 아침까지 도서관 앞에 김치통 두 개를 갖다 놓으라고 당부하더군요. 얼마나 고맙던지요. 남동희망공간 병희도 김치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럭저럭 이번 겨울은 김치 걱정 없이 보내도 될 듯합니다.
얼마 전부터 오른쪽 눈이 불편합니다. 눈꺼풀 위에 뭔가를 올려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책이나 컴퓨터 화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침침해지는 건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만, 지금처럼 눈꺼풀이 무겁기는 처음입니다. 마사지하고 지압해도 소용없네요. 다음 주에는 안과를 다녀와야겠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편한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이 참 쓸쓸해집니다. 내년에는 임플란트도 해야 하는데, 경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그래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야겠지요. 지난한 과정이 될 듯합니다.
수경(水耕)하고 있는 내 책상 위의 접란(거미 난초)이 너무도 쑥쑥 싱싱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어요. 물만 줘도 있는 곳의 후박(厚薄)을 가리지 않고 저리도 잘 자라는 화초처럼 나도 그렇게 최소한의 조건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한 주도 가장 아름다운 가을의 한때처럼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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