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소영 개인전 <느낌의 향유>, 서담재 (10-18-火, 맑음) 본문
무척 재미있고 인상적인 전시를 소개합니다. 아끼는 후배 이소영 작가의 <느낌의 향유> 전(展)입니다. 디지털아트는 아직 제게는 다소 낯선 영역이라서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지만, 현장에서 직관한 작가의 작품들은 그러한 걱정이 한낱 기우였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일단 작품 앞에 서면 작품들이 알아서 말을 걸어옵니다. 생의 끝에서 만나게 될 궁극의 피안이 혹시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는 환상적인 작품들 앞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어야 했지요. 또 어떤 작품들은 오브제들이 액자 밖을 벗어나 마치 손에 잡힐 듯 입체적으로 도드라져 보여 정면에서 보다가 옆으로 가서 다시 보고, 손을 위아래로 흔들어보게 만들더군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내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후배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웃음 짓는 후배를 보며 나도 웃었습니다. 약간 머쓱했어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서담재를 방문해 보세요. 신선한 경험이 될 겁니다. 특히 토요일 진행하는 오픈 행사에서는 공연도 하고, 관장님께서 수제 맥주도 제공한다고 하니, 아름다운 가을밤, 공간도 예쁘디예쁜 서담재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항상 진지하고 치열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
확장해가고 있는 이소영 작가의 작업을 응원합니다.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혁재와 둘이서 신포시장 선술집 '정가네'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혁재의 단골집이기도 하고 나 또한 오래 전(현재 사장님의 시어머니께서 운영하실 때)부터 드나들던 술집이라서 왠지 모르게 정겨웠다. 막걸리 4병에 순대 1접시를 먹었는데, 술값이 18,000원, 착해도 너무 착한 가격이다. 가을날 익숙한 길을 걸어와 사랑하는 혁재와 함께 술상 앞에 앉으니 괜스레 마음이 뛰었다. 혁재도 기분이 좋은지 다른 날보다 많이 웃었다. 이곳을 나와 신포주점에 가서 막걸리 두 병 더 마시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잠깐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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