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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근대문학관 (9-27-火, 맑음) 본문

일상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근대문학관 (9-27-火, 맑음)

달빛사랑 2022. 9. 27. 00:29

 

오늘 오픈하는 도서 전시전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을 관람하기 위해 인천 근대문학관을 찾았다. 행사 시작 15분 전쯤 도착해 미리 와 있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인천작가회의 손병걸 회장과 이병국 사무처장, 김윤식 선배, 손동혁 본부장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행사장 밖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살짝 불긴 했지만, 오후 3시 어름의 신포동은 한여름처럼 더웠다. 여름은 아직 이곳에 있었다.

 

정확히 3시, 이번 전시를 주관한 근대문학관 함태영 팀장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 후 전시 개요를 설명했다. 그리고 시대별로 꾸며진 전시장을 돌며 전시된 소설책들을 관람했다. 한 팀장은 참석자들을 이끌며 당시의 상황과 그 당시 소설의 특징들을 고등학교 문학 선생님처럼 일일이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무리와 거리를 두고 나만의 관람에 집중했다. 색이 바랜 오래전 소설의 초판본들을 보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 시대를 살아보진 않았지만, 해당 소설이 나올 당시의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갔다. 영화나 그림, 사진을 통해 접한 당시 상황은 나의 상상과 어우러져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그 소설을 읽을 당시의 내가 떠올라 문득 그리움에도 젖기도 했다. 학습이나 시험을 위해서 읽은 소설들도 있고 선생님과 누나의 권유로 읽은 소설들도 있으며 나 스스로 찾아 읽은 소설들도 있었다. 정확한 뜻도 모른 채 읽은 소설들은 이후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시 찾아 읽으며 비로소 숨은 의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색 바래고 먼지 앉은 그 소설책들은 분명 내 젊은 날의 의식은 물론 시인인 지금의 내 생각을 조형하는 데 있어 일정한 몫을 했을 게 분명하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는 최원식 교수, 문학평론가 김창수 형, 이설야 시인, 이병국 시인 등과 함께 근대문학관 휴게실로 이동해 전시 뒷얘기와 인천 문인들에 관한 숨은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누었다. 김창수 선배가 풀어놓은 조병화 시인과 제고 초대 교장 길영희 선생과의 애증, 인천의 호텔과 여관을 드나들던 이토 히로부미와 그가 발굴한 일본인 소년 연주자 이야기는 너무 흥미진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김창수 선배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최원식 교수가 살을 붙였다.

 

그곳에서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누고 모두와 헤어진 뒤 나와 창수 형, 재단의 손 본부장은 근처 ‘신코’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그곳에서 소주 4병을 셋이서 나눠마신 후, 손의 단골집인 ‘신포동집’으로 이동해 2차를 했다. 그곳에 소주 한 병씩을 더 마신 후, 나오려고 할 때, 모 지역문화재단 센터장인 후배 H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술도 살짝 취해서 다음에 보자고 했더니, H는 기어이 나를 보아야 한다며 장소를 물어왔다. 일행에게 상황을 얘기했더니 창수 형이나 손 모두 “오겠다는데 봐야지.” 하며 기다리겠다는 것이었다.

 

H는 전화한 지 40분 만에 도착했는데, (갈산동에서 팀원들과 회식이 있던 H는 내가 ‘갈매기’에 있으려니 하고 구월동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동하면서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내가 신포동에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방향을 틀어 신포동으로 이동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미 살짝 취해있었고, 같은 센터의 팀장 한 명과 동행이었다. 가을밤의 ‘뜻밖의 만남과 묘한 여정’은 그렇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아내의 귀가 독촉 전화를 받고 있던, 서울이 집인 본부장 손이 먼저 자리를 떴고 다음으로 H와 함께 온 팀장이 갔으며 나머지 세 명은 동시에 술집을 나왔다. 창수 형은 대리운전을 부른 후 차를 주차해둔 재단 쪽으로 가며 우리와 헤어졌고 H와 나는 택시를 타고 함께 귀가했다. 술기운 탓이겠지만, 오늘 밤의 ‘뜻밖의 만남과 묘한 여정’은 이후 다른 형태의 만남으로 이어질 듯한 확신이 들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H가 달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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