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종일 영화보고 강연 듣고 (9-4-日, 종일 비) 본문
힌남노의 위력은 대단했다. 제주 먼바다로부터 다가오는 태풍 때문에 이미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고, 해당 지역 주민들은 두려움 속에서 태풍의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보에 의하면, 오후 9시 현재 타이완 타이베이 북동쪽 약 420km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 힌남노는 가공할 바람과 엄청난 비를 동반하여 내일 새벽 6시쯤 서귀포 인근까지 올라올 예정이다. 인천에도 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 탓에 운동하러 가려다가 그만두었다. 사실 비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제 마신 술기운이 남아 있었고,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한참 바라보다가 운동 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이곳은, 바람이 다소 강해졌으나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종일 집에 콕 들어박혀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다시 읽었고, 경북대학교 인문대 교수들의 문학 강연 유튜브를 시청했다. 특히 인종적 관점에서 작품 읽기를 시도한 영문과 허정애 교수의 강연이 인상 깊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 대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등의 작품을 다시 읽으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인종 차별과 영국 우월주의, 제국주의적 침략의 합리화, 여성 혐오 등을 확인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그간 고전이라고 여기며 아무 생각 없이 읽고 감동했던 작품들 속에 그토록 강고한 반(反) 인종적인 관점들이 숨어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모든 문학 작품 속에는 당대의 사회상과 지배 이념이 반영되게 마련이지만, 작가란 그러한 통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안타깝지만 오늘 강연을 통해 확인한 작가들은 모두 지배 이념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특히 여성의 주체적 독립성을 강조한 브론테 자매들에게서조차 인종적 차별을 확인했을 때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20대 소녀 작가들이 넘어서기에는 당대의 지배 이념이 그만큼 완강했다는 말일 것이다.
최근 영화 <놉(Nope)>과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를 읽은 김에 영화로 만든 시얼샤 로넌(Saoirse Ronan) 주연의 <갈매기>도 감상했다. 또 1939년도 영화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보았다. <놉>은 정말 색다른 느낌의 영화였다. 이후에 이 영화에 관한 리뷰를 써보고 싶다. 나머지 두 영화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이어서 군데군데 건너뛰면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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