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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9월에는 제 소식이 도착할 거예요 (9-01-木, 맑음) 본문

일상

9월에는 제 소식이 도착할 거예요 (9-01-木, 맑음)

달빛사랑 2022. 9. 1. 00:47

 

출근하지 않은 오늘, 완벽하게 풀어진 하루였다. 운동도 다녀오지 않았고, 특별히 책을 보거나 글을 쓴 것도 아니다. 오로지 잠을 자거나 영화만 봤다. 자다가 일어나서 멍하니 앉아 있다 배 고프면 밥 먹고 다시 누워 잠 자거나 영화를 보았다. 새벽에 잠이 깨어 어제의 술자리를 복기하며 약간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는 부평구 문화재단 팀장인 후배가 갑자기 번개 모임을 조직했다. 후배를 비롯해서 사진가 건환 형과 연극연출가 재상이가 합석했다. 후배와 나까지 네 병이 흔하지 않게 구월동 로데오 거리 쪽에서 술을 마셨다. 대개는 갈매기 쪽 술집들 중 한 곳을 찾았을 텐데, 어제는 후배가 그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혼자 소주 반 병쯤 마시자 하나둘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농담을 빙자한 사랑 얘기가 나왔고, 주인공은 대체로 나였으며 결론은 슬픈 결말이었다. 전반적으로 술자리의 분위기는 좋았으나,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정말 이번 생에서는 사랑이 끝난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술기운 때문이겠지만, 비감했던 게 사실이다. 나의 사랑은 술판의 가십이나 안주처럼 언급이 되고 일행들과 헤어져 돌아올 때는 항상 비감함에 사로잡히는 이 신파 같은 감상의 순환 고리가 신물 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기억나지 않는 어수선한 꿈을 밤새 꾸고, 새벽에 일어났을 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온갖 잡생각이 일시에 몰려들었고, 그것을 잊기 위해 영화를 보았다. 적어도 영화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을 잊을 있었으니까. 하루 정도는 그냥 본능에 내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싶다는 유치한 오기도 생겼던 것 같다. 밤이 깊어져서야 정신이 명증 해지고 늙은 개 같은 하루의 소일 방식에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이미 하루는 그렇게 흘러갔고 나는 이제 또 다른 자괴에 빠져 나를 연민한다. 연민하면서 합리화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지. 아무렴 그럴 수 있지." 하며 말이다. 다만 이 가을에 쓰는 나의 편지에는 티끌만큼의 우울도 스미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오늘 같은 날도 있는 거다. 그럼, 그럼! 편지를 써 놓고 설사 부치지 못하고 가방에 넣고 다닌다 해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쓴 편지는 문장 속에 이미 내 마음을 담은 것이니, 아쉬울 것도 없다.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다. 제 것이 아닌 권좌 위에서 전횡을 일삼는 짐승의 시간만 더디게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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