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태풍이 지나가는 자리 (9-5-月, rain, all day long) 본문
어제 일찍 잠든 탓에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깼다. 어제부터 내린 비는 오늘도 종일 이어졌다. 방마다 돌아다니며 열어 놓은 창문 가를 살펴봤다. 혹시 비가 들어찼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뉴스를 틀었더니 온통 태풍 소식이었다. 힌남노가 한반도에 접근함에 따라 빗방울과 바람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예고된 역대급 태풍의 위기는 본격적인 위협이 되어 우리의 삶터를 휩쓸고 있다. 운동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다행히 빗줄기는 다소 가늘어져 있었다. 6시 집을 나와 운동하러 갔다. 이른 아침 센터에는 비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적은 사람만 나와서 운동하고 있었다. 긴 바지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사 옥상의 그늘막도 강풍을 우려해 걷어 놓은 탓에 담배를 피울 때는 건물 벽 쪽에 바투 붙어 서서 피워야 했다. 마치 고등학교 시절 화장실 뒷벽에 모여 눈치 보며 담배 피우던 학생들 같았다. 4층 복도에서는 여전히 물이 떨어졌다. 노란 민방위복을 입은 총무과 직원들은 옥상과 복도를 오르내리며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느라 종일 분주했다. 담당 부서 직원들은 오늘과 내일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해 시시각각 상황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태풍은 지극히 구체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태풍의 중심에서 500km 떨어진 인천의 상황도 이럴진대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과 내일 당장 태풍이 상륙할 부산의 상황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해안 근처의 상점과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논에서는 벼가 익어가고 있고 과수들은 열매를 달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이때 이렇듯 내리는 비와 부는 바람은 농가의 시름을 깊게 한다. 백해무익한 비바람, 가을장마와 태풍은 지독한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내 방에서 새로 온 특보가 회의를 했다. 얼핏 들어보니 통학버스 운영에 관한 회의 같았다. 이분(특보)이 시청 교통과에서 오래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가 특보로 임명된 이유는 바로 영종이나 송도 소재 학생들의 오랜 민원 사항이기도 한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인 듯 보였다. 하지만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서 자세한 회의 내용은 모르겠으나 그의 제안과 요구에 대해 해당 부서 국장과 팀장들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다만 다른 건 모르겠으나 회의 내내 일관하던 그의 반말투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오랜 관료 생활의 흔적 같았다. 늘 지시만 하는 인물들의 상대에 대한 흔한 하대 말이다. 나에게는 그게 너무 거슬렸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틀 수밖에 없었다. 설사 자신보다 나이 어린 직원들과 대화를 한다고 해도 ‘저건 아니지’ 싶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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