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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The video is killing the text (8-27-土, 맑디 맑은) 본문

일상

The video is killing the text (8-27-土, 맑디 맑은)

달빛사랑 2022. 8. 27. 00:41

 

 

날이 너무 좋아 아침 일찍 운동도 다녀오고, 이불과 베개를 포함해 빨래도 하고, 간단한 장도 보고, 책상 정리와 컴퓨터 위치 이동도 했다. (적어도 오후 3시 전까지는) 정말 하루를 알뜰하게 사용했다. 점심은 냉면을 먹었고, 오후에는 4년 전에 방영했던 16부작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를 시청했다. 엄밀히 말하면 '시청하기 시작했다'라고 해야 옳다. 이 시리즈를 다 보고 나니 (중간에 빨리 가기를 하면서 시청했지만) 밤 10시, 7시간 넘게 드라마를 본 것이다. 그만큼 몰입감이 있는 드라마였다.

애초에 시작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끝까지 보는 편이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귀멸의 칼날'이나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異) 세계 생활', '나츠메 우인장' 등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꼬박 하루나 이틀 걸려 끝까지 본 작품들이다. 이러한 시리즈물들은 흡사 마약 같다.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일부러 시리즈물을 골라 본다. 골치 아픈 일이 있거나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이런 시리즈물을 시청하고 있으면 잡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잡념 때문이 아니라 변명의 여지없이 중독된 거다. 물론 이 중독이 모든 면에서 나쁜 것은 아니다. 간혹 명작을 만났을 때는 문학적 감수성이 촉발되기도 하고, 마음도 뿌듯해진다. 막 웅장해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들도 간간히 만난다. 하지만, 역시 중독은 중독이다. 무엇이든 중독은 좋지 않다.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심지어 독서조차 치우쳐 몰입하면 우환을 가져오는 법이다. 

좀 옹색한 변명이지만 내 드라마 중독은 코로나 창궐 탓도 있다. 작년부터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았고,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도 많이 남다 보니 유튜브나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그 시간에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 되는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피곤하고 잡생각 많을 때 재미있는 영상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일찍이 세계적인 석학 아놀드 하우저가 자신의 황금 같은 저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는 영상 이미지들이 텍스트를 압살할 거라고 예언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나는 지금 과도하게 드라마나 영화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장황하게 변명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오늘은 풀어져도 다소 용서가 되는 토요일, 밤새 술 마시는 것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여러 모로 훨씬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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